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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前대통령 철저히 혼자 있길 원해… 업무시간에도 관저 칩거”

입력 | 2018-07-28 03:00:00

[위클리 리포트]주간동아 입수 ‘박근혜 주방집사’ 김막업씨의 검찰 진술서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업무방식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 30부는 19일 국가는 세월호 참사 유족에게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 원 지급 등 배상 판결을 내렸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법적으로 처음 인정한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세월호가 침몰한 그날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관저에 머물렀다. 국민은 의아해했다. 대통령이 평일 근무시간에 왜 집무실이 아닌 관저 침실에 있었던 거지?

박 전 대통령의 내밀한 생활을 가장 잘 알았던 사람은 ‘문고리 권력 3인방’도, 경호원도, 최순실(최서원) 씨도 아니다. 바로 관저에 상주하며 집사 노릇을 한 요리 연구가 김막업 씨(76)다. 3월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세월호 보고 시각 조작 사건’ 수사기록에는 김 씨 진술서가 포함됐다.

주간동아가 단독 입수한 이 진술서에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은 물론이고 평소 업무 방식과 일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울러 국민 수백 명이 죽어가는 긴급재난 상황에서 국가통치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속사정을 엿볼 수 있다. 27일 발간된 주간동아 1149호는 진술서의 자세한 내용을 보도했다.

김 씨는 박근혜 정부와 운명을 함께했다. 2013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소속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월급은 300만 원대. 휴가는 따로 없었다.

“원래 식사를 담당하려 했는데 관저 내실에서 직접 조리할 형편이 안 됐기 때문에 조리한 식사를 대통령에게 올리는 일을 했다. 그 밖에 24시간 관저에 대기하면서 세탁과 방 청소, 심부름 등 시중을 들었다.”

김 씨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는 내실과 별채로 나눈다. 내실은 박 전 대통령과 김 씨 및 윤전추 전 행정관이 사용했다. 별채에는 경호원이 상주했다.

내실은 침실, 서재, 피트니스룸, 소식당, 한실, 파우더룸 등으로 구성됐다. 거기에 김 씨 및 윤 전 행정관의 거주공간이 딸렸다. 윤 전 행정관은 초기에는 본관 부속비서관실에서 출퇴근 근무했는데 점차 관저에서 자는 날이 많아졌다고 한다.

대통령 침실에는 침대, 화장대, 서랍장, TV, 책상, 노트북, 인터폰 등이 비치됐다. 피트니스룸에는 러닝머신 등 운동기구를 들여놓았다. 박 전 대통령은 여기서 윤 전 행정관 도움을 받아 매일 한 시간씩 운동했다. 6인용 식탁과 TV를 갖춘 소식당에는 전자레인지, 커피메이커 등 간단한 조리기구가 비치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혼자 식사하면서 TV를 봤다.

한실은 기(氣) 치료를 받는 곳이었다. 파우더룸은 ‘올림머리’로 유명한 정 씨 자매(정송원, 정매주)가 드나든 곳이다. 의무실장과 주치의로부터 치료받는 장소로도 활용됐다.

별채에는 경호실 외에 조리실, 대식당, 접견실 등이 있었다. 회의용 탁자(8인용), 원형 식탁(6인용), TV 등이 설치됐다. 최순실 씨는 접견실에서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자주 회의했다. 김 씨는 “박 전 대통령도 더러 이 회의에 참석했지만 오래 있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 씨 기억에 최 씨는 2014년부터 주말마다 관저를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철저하게 혼자 있기를 원했기에 최순실도 내실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관저에서 자고 간 적도 없다.”

김 씨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주로 침실에서 업무를 봤다. 서류가 놓인 침실 책상에서 노트북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근무방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평일에도 본관 집무실에서 근무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 특별한 행사가 없는 경우 대부분 관저 침실에 있었다. 일주일에 4일은 관저에서 일을 보고, 3일은 외부활동을 했다. 외부로 나갈 때나 본관 집무실에 갈 때는 반드시 정 씨 자매를 불러 머리를 올리고 화장을 했다. 머리를 올리지 않으면 외부 사람을 만나지도, 외부활동을 하지도 않았다. 본관에 출근하더라도 볼일만 보고 바로 관저로 돌아왔다.”

김 씨는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 때 보좌진이 내실에 와서 보고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최순실이 와서 비서관들과 회의할 때를 빼고는 접견실에 거의 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관저에서 대통령에 대한 업무 보고는 거의 없었지만, 보고할 일이 있으면 서면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경호실 직원이 내게 인터폰으로 연락해 ‘보고서 갖다 올려놓으라’고 하면 내가 밀봉된 서류봉투를 들고 가서 대통령 침실 입구 팩스가 놓인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면 대통령이 나와서 들고 들어갔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 사고 때 외에는 보고서류가 올라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평소 오후 11시쯤 취침하고 오전 5시경 일어났다.

다음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검사와 김 씨 간 문답.

―그날 박 전 대통령은 언제 잠자리에서 일어났나.

“정확히 모른다. 대통령은 통상 밤 9시쯤 독립공간과 우리(김 씨와 윤 전 행정관)가 사용하는 공간 사이에 설치된 유리문을 잠갔다가 아침식사 이후 열어놓는다.”

―그날 박 전 대통령은 아침식사를 언제 했나.

“통상 7시쯤 하는데, 그날은 모르겠다.”

그가 저녁에 소식당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두면 아침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챙겨먹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됐나.

“오전부터 보고서가 올라오기 시작했으니 최소한 그때는 알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진술인은 침몰 사실을 언제 알았나.

“KBS 2TV 아침 드라마를 보는데, 자막이 나왔다. 그 후 경호실로부터 서류봉투를 전달해주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어 여러 차례 보고서가 올라왔다.”

―진술인은 언제 최초 보고서가 든 서류봉투를 받았나.

“TV를 통해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30분쯤 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류봉투를 어떻게 전달했나.

“경호원이 인터폰으로 먼저 연락했다. 이어 경호원으로부터 봉투를 전달받아 침실 입구 탁자에 올려놓았다.”

―당시 서면보고나 유선보고 외 직접 관저로 올라와 보고한 보좌진이 있었나.

“아무도 없었다.”

―그날 박 전 대통령은 언제 점심식사를 했나.

“평상시와 같이 내가 12시쯤 조리실에서 음식을 받아서 내실 소식당으로 갖다 줬다.”

―박 전 대통령과 세월호 관련 얘기를 하지는 않았나.

“식사만 차려주고 나왔기 때문에 대면할 기회가 없었다. 후식을 갖다 줄 때 보기는 했는데 그런 얘기는 없었다.”

그날 오후 정 씨 자매가 방문한 후 대통령은 외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고 나서 언제 관저로 돌아왔나.

“저녁식사 무렵에 돌아왔다.”

―관저로 돌아와 무엇을 했나.

“저녁식사를 하고 침실에 들어갔다. 저녁식사 때도 별 얘기 없었다.”

헌법재판소에서 박 전 대통령을 탄핵 결정한 이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따라 들어갔던 그는 2017년 3월 31일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임무에서 벗어났다.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