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ARF 개막… 비핵화 논의 주목 남북 외교 11년만에 회담 가능성… 남북미 3자 회동 여부는 불투명
북한의 유해 송환 조치로 북-미 간 비핵화 프로세스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후속 논의의 장은 이제 싱가포르에서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석하는 역내 다자안보협의체인 데다 한국 미국 중국 등 관련국의 외교장관들이 총집결하는 무대인 만큼 여기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각국의 물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에서 30일 시작하는 ARF 관련 일정에서 남북미 3자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질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 대신 남북, 북-미, 한미 외교장관 회담 등 양자 회담이 연쇄적으로 이뤄지고, 이후 3국 간 조율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한과 미국이 모두 합의해서 내놓을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 없이 3자 회동이 이뤄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남북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진다면 2007년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박의춘 외무상 회동 이후 11년 만의 회담이다. 북측 참석자로 유력한 리용호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만나면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북-미 간 외교장관 라인이 구축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폼페이오 장관의 북측 협상 카운터파트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었다.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작업과 유해 송환에 대해 미국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화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 없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조성렬 국가안보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최소 핵시설의 동결까지는 진행해야 종전선언이 가능할 것”이라며 “큰 틀에서 합의하더라도 선언의 주체와 방식, 시기 등 논의해야 할 내용이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8월 1일 하와이로 송환되는 유해 송환 행사에 맞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대북 반대급부 내용을 밝힐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전사자의 유해가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직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