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심리-투자-생산 모두 빨간불
생산, 투자, 소비 등 실물지표는 물론이고 향후 전망지표까지 우울한 모습이다. 성장을 주도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기업의 심리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장기 호황 국면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국만 글로벌 성장 대열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투자도, 심리도… 나오는 지표마다 최악
심각한 것은 설비투자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향후 생산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올해 3월 설비투자가 직전 달에 비해 7.6% 감소한 뒤 4월(―2.5%), 5월(―3.0%), 6월(―5.9%) 등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9∼12월 기업들이 미래를 어둡게 보면서 투자를 미뤘던 상황과 비슷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6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4월(―0.9%)과 5월(―1.1%)에 감소했다가 월드컵 특수 등에 힘입어 지난달 소폭 증가세를 보인, 일시적 반등일 수 있어서다.
기업들의 경기 진단도 어둡다. 31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전체 산업 업황 BSI는 75로 전달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다음 달 전망도 밝지 않다. 전체 산업 업황 전망 BSI는 73으로 한 달 전 전망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체들은 경영상의 애로점으로 내수 부진(20.9%)과 인력난 및 인건비 상승(14.2%)을 들었다. 특히 인력난 및 인건비 상승을 애로라고 응답한 비율은 한 달 전보다 2.2%포인트 상승해 한은이 통계를 조사한 2003년 1월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거의 모든 나라가 성장·고용 동반 호조를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다. 특히 미국은 유례없는 호황을 보이고 있다. 올 2분기(4∼6월) 성장률이 4.1%(속보치·연율 기준)를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3.1%에 이른다. 이대로 가다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미국의 성장률이 한국을 앞지르게 된다.
기업 활력을 북돋우고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내놓은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서도 소득 분배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최저임금 역풍을 무마하는 데 급급해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하는 대규모 조세지출을 내놨을 뿐 성장엔진을 키우는 지원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 때문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다”며 투자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