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년 작가들]<12> 문단이 주목하는 소설가 백수린
번역, 강의, 연구, 창작…. 백수린 씨가 해내는 여러 일 중에서도 그는 글쓰기의 성취감을 제일로 꼽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달 31일 만난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이상한’ 선택의 연속이었다”면서 웃음 지었다. 어렸을 적부터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했지만 소설가가 되기엔 재능이 없다고 여긴 그는 문예창작과가 아니라 불문과를 선택했다. 글쓰기는 좋았기에 제빵을 배우면서 음식 칼럼을 써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도 소설을 써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백 씨는 대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자신처럼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소설가가 된 여성이 교수로 있는 곳이었다. 백 씨의 지도교수가 된 소설가 최윤 씨는 재능이 없다며 망설이는 제자에게 “쓰고 싶은 마음이 재능”이라고 격려했다. 석사를 마친 뒤엔 자발적 백수의 삶을 택했다. 등단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2년여에 걸친 습작 끝에 서른 되던 해 백 씨는 소설가가 됐고, 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에게서 “물건 되겠다 싶데”라는 평을 받았다.
“그 다음엔 소설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공부를 더 했어요. 후회할 것 같아서요!(웃음)” 올 초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공부도 ‘이상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이 공부보다 훨씬 좋지만, (공부를 한 게) 창작에 도움이 될 걸로 믿는다”고 의미를 두었다.
그런 그에게 21세기 문학의 역할을 묻자 “재미만 놓고 보면 (소설을) 안 읽는 게 맞다. 그것(재미)은 더 이상 문학이 담당할 몫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버튼만 누르면 재미난 오락물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을 가리키는 얘기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나, 어떤 사람에 대해서나 간결하게 요약해서 설명해주는 세상이기도 하다.
“소설도 사람에 대해 말합니다. 길게 천천히 들려주지만 구구절절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에요. 이야기라는 형식을 통해서 전하지요.” 그래서 그는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도록 하는 장르 중 “소설이 가장 재미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책이 많이 팔렸고 그만큼 작가의 영향력이 컸던 20세기와 달리 새로운 세기의 작가들은 “가내수공업 하듯 각자의 몫을 한다”고 그는 요즘의 세대를 설명한다. 그 몫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백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얘기를 했다. SNS는 어떤 사안을 사회적 이슈로 조명하는 데 특장점이 있지만, 그 이슈가 이틀만 지나도 사그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이 필요합니다. 시간을 갖고 기억하기 위해서요. 소설 없는 세계는 생각만 해도 무서울 겁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