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사는 다큐멘터리 감독 겸 유튜버 장혜영

31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장혜영 씨와 동생 혜정 씨.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온 후 혜정 씨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단골 카페가 생기고, 노래도 배우고, 지인의 결혼식장에도 간다. 언니 없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스티커 사진 찍기에도 재미를 붙였다. 좋아하는 것을 묻자 혜정 씨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팔찌, ‘반갑습니다’(북한 가요)”라고 답했다. 그는 언니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이 세상에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언젠가 정말 할머니가 된다면/역시 할머니가 됐을 네 손을 잡고서/우리가 좋아한 그 가게에 앉아/오늘 처음 이 별에 온 외계인들처럼/웃을거야, 하하하하!’(‘무사히…’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장혜영 감독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을 박탈당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우리의 일상을 유튜브로 전하고, 다큐멘터리 영화로 기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말은 좋지만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고 한다”며 “저도 동생과 같이 살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었다”고 털어놓았다.

31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다큐멘터리감독 장혜영 씨와 동생 혜정 씨.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장 감독은 “어릴 때나 나이 들었을 때, 아플 때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데,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이라고 해서 그 인생의 가치가 남보다 덜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그는 “장애인 복지는 ‘비장애인이 베푸는 선의’가 아니라 비장애인 위주로 짜여진 세상에서 장애인이 겪는 불편에 대한 보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