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노벨평화상 막사이사이상 수상… 육 창 캄보디아 기록센터 소장
지난달 30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캄보디아 기록센터(DC-CAM)’에서 만난 육 창 DC-CAM 소장. 그는 “크메르루주 정권의 만행을 직시하고 이를 공부해야 생존자들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놈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비가 쏟아질 때면 비가 나쁜 기억을 모두 씻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39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기억은 얼룩처럼 남아 있어요.” 창 소장 역시 킬링필드의 피해자였다. 캄보디아에 크메르루주 정권이 들어선 이듬해, 당시 15세이던 그는 굶고 있는 누이를 위해 버섯을 훔치다 붙잡혀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고문을 당했다. 크메르루주가 학살한 약 200만 명의 양민 중엔 그의 아버지와 형제 5명, 60명 가까이 되는 친척들도 있었다.
그는 “프놈펜의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싶었다”며 자료 수집 계기를 설명했다. 1995년 DC-CAM을 설립한 그는 크메르루주 정권과 관련된 수백만 건의 자료와 사진을 모았다. 그는 캄보디아전범재판소(ECCC)에 자료를 제공했고 직접 증언대에도 서 크메르루주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단죄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전쟁 범죄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는 한 그 누구도 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을 지워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피해자의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도 전쟁 범죄를 인정함으로써 스스로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노사이드는 킬링필드, 홀로코스트 등 다양한 형태로 역사에서 반복돼 왔다. 1948년 유엔은 제노사이드 금지 협약을 채택했지만 이후 국제사회가 제노사이드를 막는 데 성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는 “제노사이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계 각국이 제노사이드의 역사를 교육하고 이를 방지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세계에 번지고 있는 ‘무슬림 혐오’를 걱정했다. “혐오를 방치한다면 사람들은 계속 편견을 갖게 될 것이고, 결국 제노사이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프놈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