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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한국도 제재 준수하라”… ‘개성공단 재개’ 군불 땔 때 아니다

입력 | 2018-08-03 00:00:00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희망한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이 개성공단 재가동 반대를 잇달아 밝히고 있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은 2일 “개성공단 재가동은 미국 법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이며, 재개할 경우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국무부도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달 31일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한 데 대해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당시 북한이 유엔 결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위협을 키우는 데 대한 우려가 높아지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폐쇄 결정 지지를 재확인했다.

미국의 이런 입장 천명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은 채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만들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 이전엔 경제적 선물은 없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에 집착한 나머지 제재 대오에서 엇박자를 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유엔 제재가 엄정하게 적용되는 지금 시점에 개성공단 재개를 밀어붙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통일부 부대변인이 1일 “개성공단은 가능하면 빠르게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것은 어떡하든 남북관계에서 속도를 내 성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의 발로로 보인다. 정부는 비핵화 이슈를 풀기 위한 ‘마중물’로 남북 경협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현 시점에선 실리도, 명분도 잃는 방향이다.

남북경협은 성의 있는 비핵화 이행에 상응해 주어져야 한다.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할 유일한 수단인 국제제재의 둑이 한국에서부터 구멍 날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면 북한의 오판을 부르고 한미 공조의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정부는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을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민주당 소속인 벤 카딘 상원의원은 “대북 제재에 반하는 거래들이 이뤄지고 있다면 실망스럽다”며 “그 어떤 나라보다 이해관계가 많은 한국도 제재를 준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미 공조가 흔들려 비핵화가 더뎌지면 결과적으로 남북경협도 더 늦어지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도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