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는 북한 노동자에게 신규 노동허가를 내주는 걸 금지시켰다. 그러나 WSJ가 보도한 러시아 내무부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1만 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가 신규 등록했다. 올 들어 새로 발급된 노동허가증도 700장이 넘는다. 고용알선 업체들 가운데는 북한 기관과의 합작 형태가 많은데 이 역시 제재 위반이다.
▷유엔 제재 이전에는 10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해외에 송출돼 20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나 제재 후 여러 나라가 비자 연장을 취소했다. 카타르는 최근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1000여 명에서 현재는 150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2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러시아는 공식적으로는 제재 준수를 외치면서 뒷구멍을 열어주고 있다.
▷해외송출 북한 노동자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시베리아 벌목공은 1966년 김일성과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이 북한 죄수를 송출시키기로 합의해 보낸 강제노역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건설은 물론 국방, 정보기술(IT) 등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고 자원자 중에서 선발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돈을 벌려고 왔지만 북한 당국에 국가계획분이란 명목으로 돈(2016년 기준 연간 6000달러)을 내고 나면 집에 송금할 돈이 안 남을 때가 많다. 일자리를 구할 때와 귀국할 때 현지 북한 간부들에게 빼앗기고, 러시아인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3중 착취 구조다. 해외송출 북한 노동자의 참상은 대북제재에 앞서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점을 우리 정부가 새겨야 한다.
이기홍 논설위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