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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기홍]러시아의 북한 노동자

입력 | 2018-08-04 03:00:00


“그들은 아침 7시부터 밤 10시 또는 자정까지 일한다. 쉬는 시간은 30분씩 두 번의 식사시간이 전부인데 밥과 말린 생선을 먹는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일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건축사업자가 2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전한 그곳 건설현장 북한 노동자들의 하루 일과다. 다른 부동산개발사의 중역은 “그들은 군인같이 기합이 들어있다”고 했다. 과거 레닌그라드로 불렸던 이 도시의 건설 붐을 지탱하는 게 북한 노동자들이라고 한다.

▷지난해 9월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는 북한 노동자에게 신규 노동허가를 내주는 걸 금지시켰다. 그러나 WSJ가 보도한 러시아 내무부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1만 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가 신규 등록했다. 올 들어 새로 발급된 노동허가증도 700장이 넘는다. 고용알선 업체들 가운데는 북한 기관과의 합작 형태가 많은데 이 역시 제재 위반이다.

▷유엔 제재 이전에는 10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해외에 송출돼 20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나 제재 후 여러 나라가 비자 연장을 취소했다. 카타르는 최근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1000여 명에서 현재는 150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2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러시아는 공식적으로는 제재 준수를 외치면서 뒷구멍을 열어주고 있다.

▷해외송출 북한 노동자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시베리아 벌목공은 1966년 김일성과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이 북한 죄수를 송출시키기로 합의해 보낸 강제노역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건설은 물론 국방, 정보기술(IT) 등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고 자원자 중에서 선발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돈을 벌려고 왔지만 북한 당국에 국가계획분이란 명목으로 돈(2016년 기준 연간 6000달러)을 내고 나면 집에 송금할 돈이 안 남을 때가 많다. 일자리를 구할 때와 귀국할 때 현지 북한 간부들에게 빼앗기고, 러시아인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3중 착취 구조다. 해외송출 북한 노동자의 참상은 대북제재에 앞서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점을 우리 정부가 새겨야 한다.
 
이기홍 논설위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