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이없는 ‘구걸’ 논란, 일자리 위해선 그 이상도 모자랄 판인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방문한다. 김 부총리는 공장을 둘러보고 혁신성장을 위한 애로사항과 어려움을 청취할 계획이다. 그런데 김 부총리 방문을 앞두고 때 아닌 ‘구걸 방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방문을 앞두고 김 부총리가 앞서 LG, SK, 현대차, 신세계그룹을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가 약 10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중장기 투자계획과 이에 따른 고용창출,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이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김 부총리 방문은 정부가 재벌에 투자와 고용을 ‘구걸’하는 것이라고 보도하자 김 부총리가 정색하고 나선 것이다. 김 부총리는 1일 “일부 언론이 삼성에 투자 SOS 요청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투자는 기업 스스로의 판단과 영업 목적에 맞게 하는 것이며 정부가 종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경제팀장이라고 지칭한 경제부총리가 국내 최대 기업의 공장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 이렇게 말이 많은 것 자체가 기현상이다. 한겨레신문 보도대로 청와대 관계자가 ‘구걸’이라고 했다면 삼성과 김 부총리 양쪽 모두에 모욕적이다. 설혹 경제 당국자가 투자를 요청한다고 해도 이를 ‘구걸’이라고 표현했다면 사실 왜곡이자 반(反)대기업 정서를 깔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정부가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고 고용창출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난달 문 대통령도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국내 투자를 당부하고 이 부회장이 노력하겠다고 화답하지 않았던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정치지도자들이 기업의 자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는 모습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삼성전자만 한 규모의 글로벌 기업이 정부가 이른바 팔 비틀기를 한다고 해서 조 단위의 투자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온갖 유인책을 제시하며 삼성의 투자 유치 경쟁을 벌이는 터에 해외보다는 국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더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경제부총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고용 쇼크가 터진 요즘 진정한 ‘일자리 정부’라면 구걸 이상도 못할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