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지열. 사진제공|kt wiz
“아, 저 녀석은 정말….”
2016년 4월 1일. 정규시즌 개막전 5경기가 모두 끝나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한화 이글스의 한 구단관계자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인천 SK 와이번스전 도중 교체된 KT 위즈 김사연이 손가락 골절상으로 장기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직후였다. 2007년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한 뒤 계속된 부상에 발목 잡혀 2015시즌에야 1군의 단맛을 봤고, 2016년 시범경기에서 홈런 1위(6개)를 차지하며 기대를 키웠던 그에게 또 부상의 악령이 찾아온 것이다. 게다가 개막전에서 3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화려한 출발을 기대했던 터라 그 아쉬움은 두 배였다. 2014년까지 그가 몸담았던 구단의 관계자였기에, 안타까움의 크기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이름 그대로였다. 순조롭게 풀릴 만하면 부상이 찾아왔다. ‘사연 많은 남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개명을 권유하는 목소리도 컸지만,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2017년까지 총 127경기 출장(타율 0.248·7홈런·34타점)이 전부였다. 결국 2017시즌이 끝나고 결단을 내렸다. 그 결단은 개명이었다. ‘사연 많은 남자’ 김사연은 김지열(30)이란 이름으로 올해 다시 태어났다. 그는 “과거에는 의욕이 앞서서 뭔가 보여주려고만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뒤늦게 개명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했다. ‘사연 많은 남자’라는 수식어가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은 아닐까 궁금했다. 그래서 5일 수원 넥센 히어로즈전에 앞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솔직히 ‘왜 늘 뭔가 할 만하면 다칠까’라는 생각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다치지 않기 위해, 건강하게 운동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개명을 결심한 것은 단순히 ‘야구를 잘해보자’는 이유도 있었지만, 3년간 마음고생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름을 따라가는 것 같기도 했다. (개명을 하자는) 가족의 권유도 있어서 결정을 내렸다. 아직까지는 아프지 않고 야구를 하고 있으니 괜찮은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지난 3년은 지우고 싶은 순간이다. 지금은 다치지 않고 잘 버텨내고 있으니 그게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솔직한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KT 김지열. 사진제공|kt wiz
● “꾸준히 잘하는 선수” 김지열의 소박한 꿈
김지열은 7월 28일 수원 LG 트윈스전에서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터트려 엄청난 조명을 받았다. 끝내기홈런의 의미도 컸지만, 1군 데뷔시즌인 2015년 이후 처음 그려낸 아치라는 점이 많은 이들을 감동케 했다. ‘모멘텀’이 필요했던 김사연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당연히 내 야구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다. 그러나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목표도 소박하다. ‘꾸준히 잘하는 선수’다. 아프지 않고 뛸 수 있다는 것에 ‘작은 행복’을 느낀다는 그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렸다. “아직 주전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돼야 한다. 나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지금은 능력이 부족하니 백업이 아닌가. 경험을 더 쌓아서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겠다. 한 번씩 관심 받는 선수가 아닌,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수원|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