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4월 교육부가 처음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을 때다. 당시 한 교육당국 관계자는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정말 대입제도가 바뀔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이었다. 질문의 의도를 묻자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도 최종 정책은 현 제도에서 크게 바뀌기 어렵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첫째, 현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만간 다시 대대적으로 대입제도를 뒤집어야 한다. 이번에 크게 바꾸고 나서 몇 년 뒤 또 바꾸면 여론의 역풍을 감당할 수 없다. 둘째, 교육정책이 늘 그렇지만 대입제도는 특히 ‘49 대 51’의 싸움이다. 그런데 어느 한쪽의 입장을 취하면 청와대나 여당은 부담이 돼 브레이크를 걸게 돼 있다.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이 어그러진 건 이 때문이다.
우린 영문도 모른 채 논쟁이 낳은 또 다른 논쟁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7월 김상곤 부총리가 취임한 뒤 2015개정교육과정에 맞춘 수능 개편 논쟁에 갑자기 김 부총리의 소신인 ‘전(全) 과목 절대평가’라는 거대 변수가 끼어들어왔다. 한 달 뒤 난데없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일부 과목 절대평가 중 하나를 고르라’는 수능 개편안이 나왔다. 그러자 ‘수능보다 학종이 문제’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대입제도 개편은 1년 뒤로 미뤄졌다. 그 뒤 교육부와 친구들 사이에 ‘폭탄 돌리기 대작전’이 벌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공론화위는 이번 공론화에 들어간 예산이 20억 원이라고 밝혔다. 올해 교육예산 68조5000억 원에 비하면 큰돈이 아닐 수 있다. 시민들의 아름다운 토론 과정을 지켜보는 데 그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억 원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자유수강권 확대에 썼다면 3300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1년간 재밌는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20억 원이 자기 주머니에서 나왔다면 아무런 결론도 없는 토론 과정을 보겠다고 그 돈을 썼을까. 그러라고 낸 세금이 아니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이건 명백한 정책 실패다. 다만 중요한 자리에 앉은 어느 누구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학부모들을 인터뷰할 때면 ‘김상곤 부총리는 왜 잘리지 않느냐’는 분기탱천한 질문을 받곤 한다. 일각에서는 누구를 새 부총리로 앉혀도 작금의 상황을 해결할 길이 없어 결자해지 차원에서 김 부총리 카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폭탄은 돌고 돌아 다시 그의 손안에 있다. 이제는 넘길 곳도, 넘길 시간도 없다. 김 부총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게 무엇이든 이젠 책임질 일만 남았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