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수행원, 한국 기자들 따로 불러… “리용호 동지 연설 잘 보도해달라”
“아무래도 조선말이 더 편하시죠?”
4일 오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북한대표단에 소속된 수행원 강명철이 7장짜리 한글(한국어) 연설문을 배포하면서 한국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참가국 27번째 중 15번째로 발언한 리 외무상 연설 후 미디어센터를 찾은 그는 일본 등 다른 외신 기자들이 접근하자 “한국 기자들을 불러달라”고 부탁한 뒤 이같이 말했다.
강 수행원은 “아무나 주면 안 되는데”라며 취재기자들의 비표를 일일이 보며 한국 국적임을 확인한 뒤 “우리 (외무상) 동지가 발표한 성명이니 입장을 잘 좀 보도해 주시라”고 말했다. 그동안 어떤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던 북한 대표단 관계자들이 자신들이 필요할 때 한국 기자를 불러 모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한글본이 동나자 두툼한 종이 뭉치 속에 준비해온 영문본을 외신기자들에게 뿌려 연설문을 둘러싸고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싱가포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