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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증세로 늘어난 세수… 조세부담률 사상처음 20% 넘을듯

입력 | 2018-08-06 03:00:00


그래픽 서장원 기자

올해 조세부담률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증세가 현실화되면서 ‘세수 호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저성장 국면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복지 확대 등을 위해 증세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조세부담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조세부담률 처음으로 20% 넘어

5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국민이 낸 세금 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조세부담률은 20.28%로 추산됐다. 올해 예상되는 국세와 지방세 총액 365조 원을 올해 경상 GDP(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GDP) 1799조6000억 원으로 나눈 값이다.

전망치대로라면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의 19.97%보다 0.31%포인트 높은 수준이며 역대 처음으로 20%를 넘는 것이다. 조세부담률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 영향으로 2010년 17.9%까지 내려갔다가 2012년 18.7%로 올랐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17.9%로 다시 떨어진 뒤 매년 올라가고 있다.

세수가 많이 늘어난 것은 법인세 증가의 영향이 크다. 올해 5월까지 법인세는 38조 원 걷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6000억 원 늘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국세는 당초 예상치(268조1000억 원)보다 19조 원 정도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근로·자녀장려금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보다 초과 세수 효과가 더 커서 조세부담률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올해 20%를 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18.5%)은 OECD 35개 회원국 중 33위였다. OECD 국가 평균 25.0%보다 6.5%포인트 낮았다.

○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문제는 어느 곳에 쓰고 누가 더 부담할지에 대한 공감대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선진 복지 국가들이 고성장기에 복지 지출을 동시에 확대한 것과 달리 한국은 복지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사실상 조세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다른 사회복지 부담금의 상승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세금과 공적연금, 4대 보험 등 사회보장 기여금을 합산해 GDP로 나눈 값인 국민부담률은 올해 27.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과 비슷한 증가세를 보인 반면 국민부담률은 OECD 평균과 비교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1991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6.7%포인트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1.6%포인트 올랐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대상 확대,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등으로 사회보장 기여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중장기 조세·재정지출 방향에 대한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기재부는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재정연구원과 ‘국가재정포럼’을 열고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재정 정책 방향,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계, 언론계 패널들과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고복지 국가 국민들이 높은 조세 부담을 용인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 중심의 복지공동체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다”며 “복지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조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에 대한 국민 합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조세부담률 ::

국민의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법인을 포함해 국민이 1년 동안 납부한 세금의 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이다. 세금 외에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 기여금까지 더해 계산한 비율은 국민부담률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