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 나서는 넥센 김하성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한국 야구대표로 선발된 넥센의 주전 유격수 김하성. 그는 “즐기는 마음으로 근래의 부진을 극복하고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따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폭염 때문은 아닌데….”
지난달 월간 타율 0.161로 풀타임 데뷔 이래 가장 부진한 한 달을 보낸 넥센의 주전 유격수 김하성(23·사진)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힘없는 목소리로 하소연부터 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부진에 ‘특타’(특별타격훈련)도 자청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제 다 내려놓고 마음 편히 먹어 보겠다”고 한 그는 5일 경기에 가벼운 손목부상으로 결장했지만 8월 들어 매 경기 안타 1개를 치며 다시 부활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국가대표인 김하성은 대표팀 공수의 핵으로 부활이 절실하다. 최정(SK), 박건우(두산)가 부상으로 아시아경기 참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대표팀에서 몇 안 남은 ‘우타자’로 각광받고 있다. ‘수비의 꽃’인 유격수로 그의 수비 하나에 상대 팀 선수들의 기세가 살 수도, 꺾일 수도 있다.
올 시즌 전반기까지 김하성의 상승세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2015년 미국으로 진출한 강정호를 대신해 넥센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그는 매년 공수에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6년 20홈런 28도루를 기록해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 클럽’에 가입한 그는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3할 타자에 오른 데 이어 KBO리그에서 유격수 통산 세 번째(2003년 홍세완, 2014년 강정호)로 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올 시즌도 전반기까지 80경기에서 타율 0.329, 12홈런, 52타점을 기록하며 계속 진화하고 있었다.
김하성은 지난달 14일 올스타전에서 지난 3년간 ‘10타수 1안타’의 부진을 씻고 3타수 2안타(2홈런) 4타점으로 훨훨 날았다. 늘 무관이던 그에게 데뷔 후 첫 수상(MVP)의 영광도 따랐다. 김하성은 “‘즐기자’는 마음가짐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경기 무대에서의 해법도 결국 마음가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포지션을 두고 경쟁할 오지환(LG) 등 몇몇 선수가 병역 해결 수단으로 국가대표가 됐다는 눈총을 받으면서 기대보다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리그 최고 유격수로 꼽히는 김하성이 멀티 포지션이 불가능한 오지환에게 밀려 대표팀에서 3루를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하성은 “3루가 본래 위치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집중할 것”이라며 “이유 없는 대표 선발은 없는 것 같다. 형들과 함께 값진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경기가 시작되면 국민들께서도 열렬히 응원하리라 믿어요. ‘대한민국’을 크게 외치실 수 있게 제가 한발 더 움직이고 즐기며 잘하겠습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