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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올스타 MVP답게, 대한민국 대표답게”

입력 | 2018-08-06 03:00:00

아시아경기 나서는 넥센 김하성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한국 야구대표로 선발된 넥센의 주전 유격수 김하성. 그는 “즐기는 마음으로 근래의 부진을 극복하고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따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폭염 때문은 아닌데….”

지난달 월간 타율 0.161로 풀타임 데뷔 이래 가장 부진한 한 달을 보낸 넥센의 주전 유격수 김하성(23·사진)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힘없는 목소리로 하소연부터 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부진에 ‘특타’(특별타격훈련)도 자청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제 다 내려놓고 마음 편히 먹어 보겠다”고 한 그는 5일 경기에 가벼운 손목부상으로 결장했지만 8월 들어 매 경기 안타 1개를 치며 다시 부활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국가대표인 김하성은 대표팀 공수의 핵으로 부활이 절실하다. 최정(SK), 박건우(두산)가 부상으로 아시아경기 참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대표팀에서 몇 안 남은 ‘우타자’로 각광받고 있다. ‘수비의 꽃’인 유격수로 그의 수비 하나에 상대 팀 선수들의 기세가 살 수도, 꺾일 수도 있다.

올 시즌 전반기까지 김하성의 상승세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2015년 미국으로 진출한 강정호를 대신해 넥센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그는 매년 공수에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6년 20홈런 28도루를 기록해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 클럽’에 가입한 그는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3할 타자에 오른 데 이어 KBO리그에서 유격수 통산 세 번째(2003년 홍세완, 2014년 강정호)로 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올 시즌도 전반기까지 80경기에서 타율 0.329, 12홈런, 52타점을 기록하며 계속 진화하고 있었다.

이런 상승세에는 김하성 본인의 피나는 노력과 마음가짐이 있었다. 프로 입단 당시 175cm, 67kg으로 운동선수 치고는 다소 왜소했던 그는 부족한 파워를 보완하기 위해 비시즌 때마다 웨이트트레이닝에 매진했다. 김하성은 “고교 시절까지 체구는 작아도 발이 빠르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프로 세계는 녹록지 않아 보여 어금니를 꽉 물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체중이 15kg 가까이 늘었다. 대부분 근육이다. 그사이 키도 4cm 더 크며 팀 이름인 ‘히어로즈’와 가장 가까운 근육질 캐릭터가 됐다. 그런 김하성에게 팬들은 유격수 자리에서 경쟁자가 없어 ‘평화왕’이라 불린 강정호의 후계자란 의미로 ‘평화왕자’라는 별명도 지어줬다.

“그땐 그저 즐기자는 마음이었는데 잘 맞더라고요. 올 올스타전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쳐 아주 조심스레 최우수선수(MVP)도 기대해 봤는데 실제 상을 받아 기뻤어요. (부상으로 받은) 차는 어머니 드렸습니다(웃음).”

김하성은 지난달 14일 올스타전에서 지난 3년간 ‘10타수 1안타’의 부진을 씻고 3타수 2안타(2홈런) 4타점으로 훨훨 날았다. 늘 무관이던 그에게 데뷔 후 첫 수상(MVP)의 영광도 따랐다. 김하성은 “‘즐기자’는 마음가짐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경기 무대에서의 해법도 결국 마음가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포지션을 두고 경쟁할 오지환(LG) 등 몇몇 선수가 병역 해결 수단으로 국가대표가 됐다는 눈총을 받으면서 기대보다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리그 최고 유격수로 꼽히는 김하성이 멀티 포지션이 불가능한 오지환에게 밀려 대표팀에서 3루를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하성은 “3루가 본래 위치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집중할 것”이라며 “이유 없는 대표 선발은 없는 것 같다. 형들과 함께 값진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경기가 시작되면 국민들께서도 열렬히 응원하리라 믿어요. ‘대한민국’을 크게 외치실 수 있게 제가 한발 더 움직이고 즐기며 잘하겠습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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