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동남권을 중심으로 한 지방 산업단지에 이어 수도권 산업단지까지 ‘불황의 그늘’이 번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던 서울, 인천 등 수도권 공단에서도 실적 악화에 폐업을 고민하는 공장이 늘면서 공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 공장 매물 나와도 살 사람 없어
아파트형 공장(지식산업센터)이 많은 서울 디지털산업단지도 비슷했다. 구로구 구로3동 공단부동산의 이춘선 대표는 “작년 말에는 매물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건물마다 1개 이상 있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사업을 접으려는 회사가 늘었다”고 말했다. 금천구 가산동 우림라이온스밸리는 3개동 670개 공장 중 10개가 매물로 나와 있었다. 인근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하철역 바로 앞이라 지난 10년간 입주 대기자가 줄을 선 곳이었는데 지난해부터 공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맞은편 가산비즈니스센터는 공실이 늘면서 매매가도 내렸다.
공단 경기가 악화되면서 인근 상권도 타격을 받고 있다. 남동공단 인근 한 상가 2층의 찹쌀순대 체인점은 평일 낮에도 폐업한 것처럼 테이블을 한쪽으로 밀어놓은 채 문이 잠겨 있었다. 근처 해장국집도 점심시간이었지만 손님이 많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공장들이 어려우니 식당 손님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 일대 식당 권리금은 7000만∼8000만 원에서 최근 2000만∼3000만 원까지 내렸다.
가산동 일대 상가들도 공실이 늘었다. 한 상가 지하 1층의 고깃집 관계자는 “요즘은 회식이 줄어든 데다 인건비도 올라 장사 못 하겠다는 사장들이 많다. 오래 장사한 분들은 체감 경기가 이만큼 나쁜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기서 7년째 영업하던 식당 주인이 가게를 내놓았다. ‘힘들어서 장사를 더 못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 순이익 ‘제로’ 기업도 증가
2일 인천 남동공단 매물로 나온 공장
순이익이 쪼그라든 업체도 늘고 있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0원 이하’로 신고한 법인 수는 전년 대비 9.8%로 늘어난 26만4564개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후 최고치다. 1년간 회사를 경영했지만 순이익이 전혀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본 기업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순이익이 1000만 원을 넘지 않는 법인도 8만5468개였다. 전체 법인세 신고 법인(69만5445개) 중 순이익이 없거나 1000만 원 이하인 곳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인천=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