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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리는 편의점주”… 매출 줄어도 본사와 이익배분 수십 년째 그대로

입력 | 2018-08-07 03:00:00

점포수 2010년 1만6937개→ 지난해 4만192개
업체간 과다경쟁 심화…점포별 매출↓임차료↑




20년 전 영업직으로 일했던 정모(59·남)씨는 외환위기(IMF)때 일자리를 잃고 편의점을 열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그는 “우리 매장 주변 5분 거리 내에만 편의점이 7개가 넘어요. 임대료는 처음보다 3배는 올랐지. 매출은 줄었지. 수수료는 똑같지. 나만 죽어나는 거지”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편의점 점주들의 목을 옥죄는 것이 임금 문제가 아닌 본사에 지급하는 가맹수수료와 무분별한 근접 출점, 높은 임대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강현주 그래픽 디자이너


편의점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상품구입비)를 뺀 매출 총이익에서 편의점 본사인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일정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가맹 본부는 가맹점에 브랜드 사용 권리를 부여하고 지속적인 경영 지도와 시설 투자 및 장려금 등 각종 지원에 대한 대가로 매출 총이익에서 가맹수수료를 받는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4개 편의점 가맹점주로 구성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가맹수수료는 임대료, 초기 인테리어, 집기 등의 비용을 점주와 본사 중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처음 문을 열 때 인테리어비는 가맹본사가, 임대료는 가맹점주가 부담할 경우 가맹 수수료는 30~35%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 본사 “가맹수수료 인하 불가” vs 점주 “대기업의 횡포”

사진=강현주 그래픽 디자이너


지난달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지원 대책’ 관련 간담회 자리에서 편의점 본사들은 가맹수수료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본사들이 가맹점주들에게 물밑으로 지원하는 것도 감안하면 이보다 본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더 적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편의점 ‘빅3’(CU·GS25·세븐일레븐)의 영업이익률은 해마다 하향세다. 업계 1위 CU의 경우 2016년 4.0%, 2017년 4.5%였지만 올해 1분기 2.1%로 급감했다. GS25 역시 3.8%, 3.3% 등 3%대를 유지하다 올 들어 1.3%로 곤두박질쳤으며, 세븐일레븐은 1%대로 떨어졌다. 연간 평균 매출액은 CU가 6억1682만 원, GS25 6억7922만 원, 세븐일레븐 4억9938만 원, 미니스톱 6억4099만 원으로 5억~6억 원대 수준이다.

그러나 점주들의 입장은 다르다. 본사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높다보니 매달 적자에 시달리는 점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살인적으로 임대료는 오르는데 본사에 주는 수수료는 그대로라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도 남는 게 거의 없다"면서 "본사에서 영업이익이 적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나치게 많은 국내 편의점 수…점포당 매출 감소 요인

사진=강현주 그래픽 디자이너


지나치게 많은 국내 편의점 수 역시 점포당 매출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기준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빅5로 불리는 편의점 점포 수는 총 4만934개다. CU 1만2897개, GS25 1만2772개, 세븐일레븐 9501개, 이마트24 3236개, 미니스톱 2528개 등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전국 편의점 수는 2만4859개였다. 6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2010년에는 1만6937개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포화도가 심각해지면서 한 골목은 물론 한 건물에도 편의점이 생겨난 데에는 편의점 본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예비 창업자를 꼬드기지만 편의점 시장 성장 속도보다 훨씬 빨리 점포가 늘어나 ‘점포당 매출’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 점포당 매출 ‘줄고’ 편의점 전체 매출 ’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지난해 2월 사상 처음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후 올 1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2월부터는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5월 증가율은 0.1%로 제자리걸음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매장 기준 편의점 전체 매출 증가율은 9.1%로 △백화점(1.8%) △대형마트(-4.5%) △기업형 슈퍼마켓(-1.2%)을 압도했다. 편의점 시장 성장 열매는 본사가 취하고 포화에 따른 손실은 오롯이 점주가 지는 셈이다.

정부가 과다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994년 편의점 업계는 경쟁 브랜드 간 근접 출점을 막기 위해 ‘기존 점포의 80m 이내에는 신규 출점을 하지 않는다’는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동일 브랜드에 한해 도보 거리 250m 이내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모범거래 기준을 만들었다가 2014년 규제 완화 조치에 따라 해당 기준을 폐지했다.

○ 카드 수수료…점주보다 카드사가 더 번다?


편의점은 비슷한 소득을 거두는 타 업종 보다 카드 수수료를 훨씬 많이 내고 있다. 현행 카드 수수료 산정 방식에 따르면 연매출 5억 원 초과 시 매출의 2.5%를 수수료로 떼 간다. 매출 5억 원 이하 중소가맹업자는 1.3%, 3억원 이하 영세업자는 0.8%다. 실제 소득은 영세업자에 가깝지만 카드 수수료는 그보다 3배 이상 내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당 카드 수수료 지출은 월평균 70만원 안팎에 달한다. 대형마트 등 대기업 가맹점은 영세업자보다도 낮은 0.7%에서 시작한다.

카드사가 점주보다 더 많이 벌어가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담배다. 편의점에서 담배 품목은 전체 매출의 4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또 담배는 가격의 73.8%가 세금으로 이뤄졌다. 편의점에서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팔 때 담배 세금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은 418원으로 이중에서 카드 수수료까지 제외하면 이윤은 더 떨어진다. 그러나 담배 매출 때문에 전체 매출이 뻥튀기 돼 편의점이 지불해야 할 카드 수수료가 높아지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신용카드 업계는 이달부터 일반 가맹점에 한해 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3%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편의점 가맹본부가 2.5%포인트 수수료를 내릴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분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완전 보장이 가능하다”면서도 “가맹본부가 2.5%포인트 가맹 수수료를 인하할 경우엔 영업이익은 35%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닷컴 박지수 기자 jis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