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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잊혀진 전쟁? 잊혀지지 않을 영웅!”

입력 | 2018-08-07 03:00:00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1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감동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그 중요 부분을 정리해 봤습니다.

△“Some have called the Korean War the ‘forgotten war’. But today, we prove these heroes were never forgotten.”(누군가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 영웅들이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연설 초반에 ‘잊혀진 전쟁’에 대해 말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대통령 시절 ‘잊혀진 전쟁’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초월해 ‘잊혀진 전쟁’을 ‘잊혀지지 않는 전쟁(unforgotten war)’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많은 한국전 참전용사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한국전 기념비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전쟁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80, 90대 나이의 할아버지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보니 왠지 안쓰럽기도 하고 과연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될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참전용사들에 따르면 한국전을 널리 알리는 일에는 많은 장애요소가 있었습니다. 미국이 참전했던 다른 전쟁들과 형평성을 가지려면 한국전만 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예상외로 강력하다는 겁니다. 미국에서의 한국전 위상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한국이 해줄 일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Today our boys are coming home.”(오늘 우리 아이들이 돌아왔습니다) 워싱턴에서는 매년 10여 개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행사가 열립니다. 참전용사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하지만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를 타고 워싱턴에 집결합니다. 기념행사에 여러 번 가봤습니다. 참전용사들의 손에는 앨범이 한 권씩 들려 있습니다. 앨범 속에는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앳된 미군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한 할아버지 앨범에는 젊은 한국 여인의 사진도 있습니다. 좋아했던 여인이라고 합니다.

참전용사들의 얘기는 언제나 무용담으로 시작해 아쉬움으로 끝납니다. 전쟁터에 남겨두고 온 동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우는 할아버지들도 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연설 말미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Our boys are coming home.”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일 것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