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산업1부
김현수·산업1부
BMW코리아 관계자가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억울하다는 호소도 나온다고 한다.
궁금했다. 그렇다면 빙산의 일각인 BMW 연쇄화재를 두고 정부와 국민, 언론이 모두 ‘오버’하고 있다는 얘길까.
국내 도로를 누비는 승용차(등록대수 1800만 대) 중 리콜 대상 BMW차량(10만 대)이 차지하는 비중은 0.55% 수준이다. 그렇다면 화재 건수 중 BMW 리콜 대상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그 정도일까? 아니다. 4배 수준이었다. 1∼7월 승용차 화재 건수는 약 1330여 건, 같은 기간 BMW의 화재 건수는 약 30건으로 2.25% 수준이었다.
생각보다 차량 화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BMW가 말하는 한 해 화재 5000건은 화물차 오토바이 캠핑카 승합차 화재까지 모두 합친 수치다. 승용차는 절반 수준이다. 1∼7월 기준 승용차 화재 원인별 비중을 보면 전기적 요인(26.5%), 기계적 요인(24.1%), 방화(19.2%), 교통사고(17.9%) 순이다. 올해 과열 과부하로 불이 난 180대 중 30대가 BMW의 특정한 엔진과 부품을 탑재한 차량인 셈이다. 그것도 20년 된 낡은 차가 아니라 2011∼2016년 사이에 생산된 고급차.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특정 차종에 일어나는 연쇄 화재는 극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MW 연쇄 화재를 연간 화재 건수와 비교해 사안의 중대성을 약화시키려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BMW가 미국에서 140만 대 리콜을 하게 된 계기는 그해 5월 ABC뉴스의 보도였다. ‘겨우’ 5년간 40대가 의심 화재 사례로 나왔다. 건수와 상관없이 소비자가 위협을 느낀다면 설명하고 조사하고 보상해야하는 게 순리다. 심지어 BMW의 한국 사고는 숫자마저 이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BMW 약 1만 대 차량에 화재 위험이 있다고 했다. 진짜 억울한 사람은 이들 차량을 믿고 산 소비자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