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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낙후된 도심을 살려라!”… 문화가 숨쉬는 도시 만들기

입력 | 2018-08-08 03:00:00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에 대하여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에 연일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시원한 그늘을 찾거나 에어컨 등 냉방기가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커다란 나무가 만드는 자연적인 그늘이 제공하는 숲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왜 도시에는 열만 뿜어대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가득할까요? 더위를 식혀줄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도시에 숲이 많다고 해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좋은 주거지의 조건은 직장, 교육, 육아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요.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근대화 과정에서 아파트, 빌딩, 교통시설 등이 빠르게 건설되었어요. 새로운 주거지, 빌딩 등이 세워지면서 과거의 건물과 시설들은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있죠. 이러한 문제를 먼저 경험한 나라에서는 1980년대부터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이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죠.

미국도 이런 과정을 거쳤고 낙후된 도심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가 대표적이에요. 원래 이곳은 오래돼 사용하지 않는 폐허가 된 철길이었지만 지금은 창의적인 소형 공원으로 거듭났어요.

그 성공 요인으로 우선 거버넌스(협치)를 들 수 있어요. 하이라인 파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라는 비영리 조직이에요. 이 조직은 두 청년이 시작했지만 많은 지역주민이 참여해 주정부, 관련 회사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10년 넘게 끈질기게 조정하여 기념비적인 도시재생 사례를 만들어 냈습니다. 하이라인 파크의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는 시카고, 필라델피아, 세인트루이스 등 미국은 물론이고 서울의 도시재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서울의 ‘서울로 7017’.

다음으로 산업유산의 문화화입니다. 하이라인 파크는 소규모로 주변과 연결이 밀접하다는 특성을 살려 설계공모전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이끌어 냈어요. 그 결과 이 공원은 ‘단순하게 야생 그대로, 조용히, 천천히’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오래된 산업유산을 생태적 특질을 살린 문화적 기념비로 만들어 냈죠.

세 번째로 복합용도 개발이에요. 대부분의 소규모 도시공원은 산책을 위한 용도로 제한되죠. 그러나 하이라인 파크는 피크닉, 미니 공연, 전시 등이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설계되었어요.

마지막으로 경제적 효과입니다. 뉴욕의 명소가 된 이 공원은 1년에 400만 명 이상이 다녀갔어요. 도시 세입만으로 5억 달러(약 5600억 원)의 가치가 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이외에도 일자리 창출, 새로운 주거단지 조성 등을 따지면 20억 달러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하이라인 파크는 1993년에 완공된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가로수 산책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그러나 프롬나드 플랑테와 다른 점은 예술인들이 시민단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진행과정에서 차별화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죠.

서울시도 하이라인 파크와 유사하게 만든 것이 ‘서울로 7017’이에요. 서울로 7017은 ‘1970년에 만들어진 고가도로가 2017년 17개의 사람이 다니는 길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이에요. 개발 계획이 발표될 당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됐죠. 지금도 고가도로를 막은 후 대체 교통망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도시개발을 생태, 문화, 예술적인 측면에서 추진하여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어요. 다만 하이라인 파크처럼 시민들과 시당국이 거버넌스를 이루는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 동아일보DB

우리나라에도 거버넌스를 통해 도시재생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어요. 경남 통영의 동호동, 정량동, 태평동, 중앙동 일대의 언덕에 있는 동피랑 마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동피랑이라는 말은 동쪽에 있는 비탈이라는 경상도 사투리예요.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統制營)의 동포루(東砲樓)가 있던 자리로 통영시는 낙후된 마을을 철거하고 동포루를 복원하면서 공원을 만들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2007년 10월 통영시청, 통영교육청, 통영RCE(현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푸른통영21추진협의회 등 다양한 지역 단체들이 구성한 18개 팀이 공공미술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이에 입소문이 나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통영시는 마을 철거 방침을 철회했답니다. 이제 동피랑 마을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통영의 새로운 명소가 되어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남았답니다.

이제 도시재생 사업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요. 국토교통부에서는 우리나라 도시의 3분의 2가 인구감소, 산업침체 등으로 도시재생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국가지원을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도시재생에 필요한 것은 문화적인 관점을 고려해야 해요. 하이라인 파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아래에서 위로 진행되어야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어요. 이런 방식의 강점은 거버넌스가 활성화되고 예술적인 요소가 풍부해지는 것이에요. 그래서 도시재생을 계획할 때 문화영향평가를 중요시해요. 문화영향평가의 주요 개념은 문화기본권, 문화정체성, 문화발전이에요.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시민의 기본권이며 그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고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이 지켜지면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될 때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수 있어요. 이런 방식이 지속가능 발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수종 신연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