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 재단 만들고 펀드 모집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 앞두고 의석 3분의 1 목표로 反EU 결집 英독립당 패라지 前대표 합류 선언, ‘하드 브렉시트’ 주역과도 협력 논의 “그는 미국인”… 佛-伊 극우는 견제
배넌은 최근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더 무브먼트’ 재단을 설립하고 펀드 모집을 시작했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각국에 흩어져 있는 반EU·포퓰리즘 세력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다. 유럽의회 전체 의석수 705석 중 3분의 1(235석)을 차지하겠다는 목표하에 대장정에 착수했다.
배넌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포퓰리즘 세력과 다보스 세력(글로벌리스트) 간의 첫 번째 정면 대결이 벌어지는 내년 유럽의회 선거는 유럽을 위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유럽의회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슈퍼그룹’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배넌의 가장 큰 강점은 미 대선에서 승리해 본 성공 경험과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 전략에 능하다는 점이다. 선거자금의 위력도 잘 안다. 그는 지난 12개월 동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을 돌아다니며 유럽 극우정당 리더들에게 조언을 해 왔다.
실제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EU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의 돌풍이 예고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7일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극우 세력이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60%나 약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전선과 네덜란드 자유당이 이끄는 국가와자유그룹(ENF)이 현재 35석에서 63석으로 늘어나는 등 반EU 세력의 의석 비율은 10.6%에서 17.3%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3월 영국의 EU 탈퇴로 인해 유럽의회 총 의석수는 751석에서 705석으로 줄어든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유럽의회 세력인 유럽국민당그룹(EPP·현재 219석)은 180석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선거에서 EPP는 그전 선거(274석)에 비해 60석이나 줄어든 바 있다.
살비니 대표는 이미 벨기에 오스트리아 독일 스웨덴 극우정당들과 자주 접촉하고 있으며, 르펜 대표도 3월 니스에서 오스트리아 체코 극우정당들과 함께 행사를 열었다. 최근 런던에서 배넌을 만난 르펜의 측근 제롬 리비에르는 “배넌은 미국인이고 유럽 정당에서 그의 자리는 없다. 우리는 배넌이 만드는 어떤 초국가 단체 참여도 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