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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신수정]‘내 일(My Job)’이 있어야 ‘내일(Tomorrow)’도 있다

입력 | 2018-08-08 03:00:00


신수정 산업2부 차장

‘내일을 위한 시간’은 장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 형제가 2014년 선보인 영화다. 주인공 산드라는 복직을 앞둔 회사에서 동료들이 그녀의 복직 대신 1000유로(약 130만 원)의 보너스를 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부당한 해고에 이의를 제기한 그녀는 간신히 재투표 기회를 얻는다. 그녀가 월요일 재투표 전, 주말 이틀 동안 동료 16명의 집을 찾아다니면서 왜 복직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과정이 영화의 줄거리다.

그녀는 처음에는 동료들에게 일자리를 구걸해야 하는 상황에 자존심이 상해 재투표를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피자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남편의 수입만으로는 어린 두 아이와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을 너무나 잘 안다. 내 일(My Job)이 있어야 내일(Tomorrow)로 대변되는, 가족과 꿈꾸는 미래가 있음을 알기에 그녀는 용기를 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을 앞두고 지난주 불거졌던 투자 구걸 논란을 보면서 문득 오래전 봤던 이 영화가 떠올랐다. 보너스 대신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부탁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믿었던 동료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너보다 1000유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상처도 받았다. 그럼에도 그녀가 힘든 여정을 포기하지 않은 건 책임져야 할 아이들과 고단한 생활의 짐을 착한 남편에게만 지게 하고 싶지 않은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리라.

개인의 삶에서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일자리 창출은 경쟁력과 직결될 만큼 중요한 과제이다. 실업률 증가는 세수 감소와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일자리를 줄이는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일자리의 소중함을 알기에 현재 전 세계는 그야말로 일자리 창출 전쟁 중이다.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는 베트남,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유럽연합(EU)의 일자리 기지를 자처한 프랑스까지 우리보다 상황이 나아 보이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도 자국에 일자리를 하나라도 늘리기 위해 기업인들을 만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베트남 총리를 만난 일화를 들려줬다. 베트남에 공장이 있는 이 회사는 현지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 그는 베트남에 투자한 기업들이 한두 곳도 아닌데 오너도 아닌 자신을 총리가 직접 만나 경영활동에 어려움은 없는지 묻고 베트남 국민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준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한국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종종 투자 요청을 받는다. 한 중견기업 오너는 “해외에서 제안한 투자 혜택을 보면 국내 대비 너무나 파격적이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그럼에도 기업이 국가에 보답하는 길은 투자와 고용이라고 생각해 가급적 해외보다는 국내 투자를 먼저 고려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요즘이다. 기업인들의 미래 경기전망은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고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세는 18년 만에 가장 길게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투자를 하게끔 환경을 조성하고 독려하는 건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6일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이 높아져야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혁신할 것을 강조했다. 보다 속도감 있는 혁신성장으로 얼어붙은 기업의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