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24년만에 대기록 1994년 국내 첫 이식 성공 1년 생존율 97%로 세계 최고, 2대1 이식도 500건 처음 기록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생체 간이식 5000번째 및 2 대 1 생체 간이식 500번째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다 기록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이 8일 오전 말기 간경화로 투병 중인 양모 씨(46)에게 형(49)과 누나(47)의 간 일부를 각각 떼어내 이식하는 2 대 1 생체 간이식 수술에 성공하면서 두 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게 됐다. 양 씨는 이날 15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형의 간 좌엽과 누나의 간 우엽을 이식받아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말기 간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이자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은 생체 간이식은 국내에선 1994년 서울아산병원이 처음 시도했다. 이후 24년 만에 세계적인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수술 부작용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1년 생존율은 97%, 5년 생존율은 87%에 이른다. 또 5500명 이상의 간 기증자 가운데 단 한 명도 사망하거나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미국의 평균 간이식 생존율은 1년의 경우 87%, 5년의 경우 70%다. 최근엔 기증 시 복강경 수술을 통해 최소 간 절제술이 이뤄져 흉터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말기 간질환을 앓고 있는 절체절명의 중증환자를 어떻게든 살려내겠다는 팀원들의 협력과 열정이 세계적인 기록으로 이어졌다”며 “전 세계 간질환 치료의 메카로서 해외 의학자들에게 간이식 기술을 전수하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팀에게 생체 간이식을 배우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해외 의학자는 최근 3년간 미국 독일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20여 개국 1500명이 넘는다. 서울아산병원이 시행한 뇌사자의 간이식 건수(1023건)를 합치면 총 간이식은 6023건에 이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