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건설공사 현장 가보니
햇볕에 달궈진 콘크리트 위 온도는 수은주의 측정 한도인 50도를 가리켰다. 금세 옷이 땀에 젖어 축축해졌다.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3일 오후 1시경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은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열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근로자 40여 명은 공사 자재를 어깨에 이고 나르거나 레미콘을 거푸집에 부으며 쉼 없이 움직였다. 30여 m 떨어진 그늘막에서 휴식을 취하는 근로자는 아무도 없었다. ‘열사병 예방을 위해 1시간마다 15분 이상 쉬어야 합니다’라고 쓰인 공사장 곳곳의 현수막이 무색했다.
○ 전혀 지켜지지 않는 ‘의무 휴식시간’
분주한 작업장… 텅 빈 그늘막 3일 오후 4시 반경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더운 날엔 1시간마다 15분 이상 그늘에서 쉬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권고사항이지만 휴게공간(오른쪽 사진)을 이용하는 근로자는 아무도 없었다. 화성=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현행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건설 근로자처럼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이들에겐 적절한 휴식시간과 그늘로 된 휴게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긴 사업주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처벌이 무거운 이유는 건설현장에서 폭염으로 숨지는 근로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4∼2017년 산업현장에서 열사병이나 일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4명은 모두 건설 근로자였다.
하지만 건설사 상당수는 이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권고한 휴식시간(폭염경보 시 1시간마다 15분 휴식)을 일일이 지키면 완공과 분양 등 후속 일정에 차질이 생겨 손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취재팀이 찾은 현장사무소 안에는 타워크레인 전복을 막기 위한 풍속 감시계만 있을 뿐 현장의 기온을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시스템은 없었다. 남궁태 건설산업노조 경기남부지부장은 “결국 건설사는 근로자가 폭염으로 쓰러지는 것보다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공사 기한이 늘어나는 걸 더 우려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 “9층에서 작업하는데 휴게공간은 1층”
6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한 오피스텔 건설현장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에서 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쉼터엔 단열재와 쿨매트를 깔고 선풍기를 설치해 바깥(36도)보다 시원한 31도를 유지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고용부는 폭염이 지속되면 지진처럼 ‘국가재난’으로 보고 공사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다만 민간 건설공사의 경우 공공부문과 달리 공사 기한 연장을 강요하기 어려운 만큼 ‘폭염경보 시 1시간마다 15분 휴식’을 법령에 못 박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성=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조소진 인턴기자 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