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D-9]양궁 맏형 오진혁 집념의 도전
한국 양궁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이 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를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 개인전 금메달을 딴 그는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최고령 한국 양궁 선수가 됐다. 진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해 여름 한국 남자 양궁의 맏형 오진혁(37·현대제철)은 은퇴의 기로에 섰다. 진통제를 맞아가며 근근이 연말까지 버텼지만 선수 생활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그랬던 오진혁이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다. 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오진혁은 “계속 아프다 보니 이젠 통증에 익숙해진 것 같다. 몸 상태만 보면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활을 쏘려 한다”고 말했다.
우람한 체격(키 182cm, 몸무게 97kg)의 오진혁은 강한 활을 쏘는 선수였다. 시위를 당길 때의 장력(줄에 걸리는 힘의 크기)이 54파운드나 됐다. 야구의 투수에 비유하면 시속 155km를 쉽게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장력이 클수록 화살을 더 강하게 날릴 수 있다.
오진혁은 겨울 훈련 때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어깨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활의 장력을 8파운드나 줄였다. 요즘 46파운드짜리 활을 쓰는 그는 “요즘엔 시속 140km대 초반의 공을 던지는 변화구 투수가 됐다”며 웃었다.
처음엔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전했다. 요즘도 오조준 때 헷갈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실력으로 대표팀에 선발됐다.
한국 나이로 38세의 오진혁은 남녀 양궁 선수를 통틀어 메인 대회(올림픽,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최고령 선수다. 2012 런던 올림픽 때는 한국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로 모든 것을 이룬 그는 무엇 때문에 활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 “모든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봤습니다. 목표 의식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또 대표 선발전을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난 양궁장에 있어야 ‘사는 맛’이 납니다. 치열한 선발전이 힘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좋은 후배들이랑 경쟁하는 자체가 즐겁습니다.”
아시아경기에는 리커브 5개, 컴파운드 3개 등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리커브 대표팀 주장인 그에게 예상 금메달 수를 물었다. “지금처럼만 쏘면 모든 금메달은 우리 차지예요. 다른 나라 선수들은 태극마크만 보면 벌벌 떨거든요.”
진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