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모음집 ‘안녕, 평양’ 출간
문학적 시각으로 바라본 ‘금단의 땅’… 성석제-공선옥-김태용 등 참여
남북통일농구대회가 있었던 지난달 6일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앞 북한 안내원들의 모습. 아래 사진은 양산을 쓰고 걸어가는 평양 시민들. 사진공동취재단
김태용 소설가의 ‘옥미의 여름’은 2023년 북한 최고 여성 과학자와 연구원, 그리고 서울에서 온 여성 기자의 만남과 우정을 그렸다. 김 작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학문적 열망과 예술적 기호에 심취한 북한 지식인의 모습을 상상했다. 앤디 워홀의 작품을 프린트한 면 티셔츠를 입은 키 170cm의 리현심 박사는 “평양에서 가장 스마트하고 힙한 할머니”다. 미래과학자거리와 려명거리, 류경호텔 등 낯선 평양을 배경으로 재기발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북한 여인의 사랑과 욕망을 그린 이승민 소설가의 ‘연분희 애정사’도 흥미롭다. 매너리즘에 빠졌던 신문기자 ‘나’는 금강산 관광 취재에 나섰다가 북한 공연단 배우 연분희를 인터뷰한다. 연분희가 들려주는 공연단 단장과의 사랑 이야기에 ‘나’는 “흐르는 강을 보며 낭만을 느끼고 달리는 차 안에서 도시의 정취를 달달한 음료수처럼 빨아들이는 감성이 그쪽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왜 그토록 당연하게 무시했을까”라고 반성한다. 그러나 몇 년 뒤 귀순한 단장은 연분희가 출세와 부를 위해 사랑을 버리고 부위원장을 유혹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영옥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겠지만 어느 시절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문학적 시각에서 다룬 그곳은 더 이상 ‘금단의 땅’이 아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