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산사를 가다] <4>국보-보물 15점 간직 보은 법주사
사찰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탑인 팔상전(국보 제55호)이 반긴다. 전남 화순군 쌍봉사 3층 목탑이 1988년 화재로 소실되면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우리나라 전통 목탑이다. 이날 동행한 정병삼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 탑은 화강암이 풍부한 특성 때문에 대부분 석탑이라는 점에서 팔상전은 매우 희귀한 문화유산이다”라고 설명했다. 5층인 팔상전 추녀 끝에는 물고기 모양의 풍경(종)이 달려 있다. 바람에 맞춰 화음을 내는 풍경소리가 그윽하다.
팔상전 내부에는 잉태부터 출가, 해탈 등 석가모니의 생애 중요 장면을 8개 그림으로 묘사한 팔상도가 있다. 팔상전에서 서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높이 33m의 금동미륵대불을 만날 수 있다. 금빛의 화려한 모습이지만 굴곡진 역사가 담겨 있다. 애초 금동미륵불상이 신라부터 조선 후기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불상을 징발하면서 사라졌다. 이후 1950년대 시멘트로 불상을 만들었고, 1990년대 다시 청동불로 세운 것을 2002년 순금으로 덧씌우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
법주사는 속리산 기슭에 있지만 평탄한 지형을 가지고 있어 넓은 마당에 다양한 문화재가 가득하다. 3일 대웅보전(보물 제915호)에서 바라본 쌍사자석등(국보 제5호·가운데 아래)과 팔상전(국보 제55호·가운데 위쪽), 금동미륵대불(오른쪽). 보은=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법주사 입구에 있는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 보은=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속리산 기슭에 위치한 법주사 일대는 1970년대까지 인기 있는 신혼 여행지 중 하나였다. 지금도 법주사 초입에는 수십 년 전통을 가진 식당들이 가득하다. 이달부터는 법주사와 대청호반에 있는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함께 방문하면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대청호반에서부터 법주사까지 이어지는 약 50km의 드라이브 코스도 아름답다.
보은=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