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캐나다서 사회문제로 번져 “여자들 잘나가는 남자만 좋아해”, 컴퓨터 몰두 평범한 백인청년들 최근 범죄 일으키며 주목 받아… 백인우월주의-여성혐오 연계 조짐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성을 뜻하는 ‘인셀’의 여성 혐오가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인셀을 소재로 한 미국 케이블TV 프로그램 ‘바이스 뉴스 투나이트’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최근 미국 HBO 프로그램 ‘바이스 뉴스 투나이트’에 소개된 조이는 인셀(incel)이다. 인셀은 ‘비자발적 순결주의자(involuntary celibate)’를 뜻한다.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성, 나아가 여성혐오주의자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여성혐오가 세계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인셀에 쏠리는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셀은 최근 일부 분노범죄 범인들이 스스로 인셀임을 밝히면서 언론의 주목을 더욱 받게 됐다. 4월 캐니다 토론토에서 밴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10명을 숨지게 한 알렉 미나시안이 대표적이다. 그는 범행 전 페이스북에 “인셀들의 반란이 사작됐다”며 “채드와 스테이시들을 타도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채드와 스테이시는 잘생긴 남성과 여성을 뜻하는 인셀의 은어.
기존 남성우월주의자가 여성의 사회적 권익 확대를 반대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인셀의 담론은 주로 성적(性的)인 면에 집중돼 있다. 인셀들은 소득 불평등을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파레토의 법칙’을 인용해 “20%의 잘생긴 남자가 80%의 여자를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영미권에서는 인셀 범죄를 계기로 일부 사이트가 폐쇄됐지만 온라인 속 여성혐오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인셀 커뮤니티를 포함한 남성 온라인 사이트를 연구해온 언론인 데이비드 푸트렐은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셀 등은) 과거에는 없었던 극렬한 여성혐오”라고 전했다. 유대인 최대 단체인 ADL은 인셀 등의 일부 남성 집단을 소개하며 백인우월주의와 여성혐오가 이들과 같은 맥락에 있다며 ‘인종차별 등 극우의 확대’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지난달 말 발표했다.
인셀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성의 재분배(The Redistribution of Sex)’ 논쟁도 불거졌다. 경제학자인 로빈 핸슨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블로그에 4월 토론토 밴 살해 사건을 언급하면서 “성관계 접근성이 낮은 사람들이 저소득층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이들을 위한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섹스로봇이나 매춘이 그 대안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로스 다우댓이 최근 ‘성의 재분배’라는 칼럼을 통해 핸슨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미 주류 언론까지 ‘성의 재분배’ 논쟁에 불을 지핀 셈이다. 그러나 여성 인권 신장과 양성 평등을 역설해온 상당수 평론가들은 “이런(‘성의 재분배’) 주장이야말로 성을 상품처럼 소비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