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후보생 83명 폭염속 야외훈련 4인1조로 지하 -고층건물 진입… 4kg 방화복 입고 화재진압 ‘헉헉’ “훈련받으며 소방관 무게감 깨달아”
컴컴했다. 뿌연 연기 속에 쉴 새 없이 울리는 ‘삑’ 하는 경보기 소리가 신경을 긁고 지나갔다. 산소호흡통의 산소가 많이 남지 않았다는 신호다. 들이켜는 숨을 아끼며 왼손은 벽을 짚고 오른손은 호스를 잡은 채 오리걸음을 걸었다. 등에 멘 8kg 무게의 산소호흡통과 두꺼운 방화복 때문에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바깥으로 나와 헬멧을 벗자 땀 때문에 이마와 목덜미에 머리카락이 엉겨 붙어 있었다.
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소방학교 훈련장. 낮 최고기온 35.2도의 폭염에 4kg 방화복을 입고 15kg에 가까운 장비를 멘 이들이 있었다. 소방공무원 임용 후보자 83명이다. 지난달 23일부터 3주간 진행된 야외 화재대응훈련의 마지막 날에 동행했다.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소방학교에서 소방공무원 신규 임용 후보자들이 방화복을 입은 채 물을 맞으며 체력 단련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먼저 지하 1층에서는 화재가 난 건물로 진입하는 훈련부터 시작했다. 일렬로 쪼그려 앉은 4명의 훈련생 중 맨 앞 훈련생이 문손잡이를 잡았다. 교관이 쏘는 붉은 레이저 점에 맞춰 두 번째 훈련생이 호스를 붙잡고 문 모서리 2곳에 물을 뿜었다. 살짝 열린 문틈을 향해서도 살수한 후 문을 닫았다. “현장에서는 15초를 세지만 여기서는 5초를 센다”는 서울소방학교 김영주 교관의 말에 훈련생들이 다섯까지 센 후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건물에 진입한 후에는 화점(火點)을 발견하고 정확하게 진압하는 연습이 이어졌다. ‘불 화(火)’자가 적힌 종이를 향해 물을 발사한 후 잠시 호스를 내려놓는다. 이 학교 박규상 교수는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불을 끄기 위한 연습”이라고 말했다.
6층에서 이뤄진 고층 인명구조 훈련은 지하 훈련보다 한층 어렵다. 실제 상황과 더욱 비슷하도록 암흑 속에 희뿌연 연기를 피운다. 실내는 미로로 만들어져 있다. 시각에 의존하면 공포심에 길을 잃기 쉬운 현장에서 다른 감각으로 인명구조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어둠 속에서 들고 온 25kg의 사람 모형을 바닥에 내려놓자 교관은 “실컷 요(要)구조자 찾아와 놓고 죽게 둘 거야”라며 호통을 친다. 잠시 당황하던 훈련생들이 급히 보조 산소마스크를 사람 모형의 머리에 씌웠다. 자신이 호흡하는 데 써야 할 산소를 나눠 쓰는 셈이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