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엄포에도 뛰는 서울 아파트값
하지만 일부 업소는 불을 끄고 블라인드를 내린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해당 중개업소 대표는 “불을 켜 두면 단속반이 올까 봐 불을 껐다”며 “용산구는 이미 개발계획이 나와 원래 집값이 오르던 곳인데 박원순 시장의 ‘개발’ 발언을 핑계로 (정부가) 지나치게 단속을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 여파 커지는 ‘박원순발(發)’ 가격 상승
이번 서울 집값 상승의 ‘1차 원인’이 지난달 박 시장의 싱가포르 발표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박 시장이 개발 지역으로 꼽은 용산구와 영등포구는 7월 둘째 주 이후 매주 집값 상승폭이 서울에서 가장 크다. 8월 첫 주 0.29%씩 오른 용산구와 영등포구 집값은 올해 누적 기준으로 각각 7.95%와 5.49% 올랐다.
다만 이번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원인을 오직 박 시장 발언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일종의 ‘도화선’ 역할을 했을 수 있지만, 이미 시장이 상승세로 전환되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가 2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방안’이 오히려 시장에 ‘매입 시그널’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현장점검 강화 △다주택자 모니터링 강화 등 ‘구두 경고’를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꿈틀거린다는 우려가 나오던 상황에서 기존 대책만 되풀이했다”며 “주택 구매자 입장에서 ‘규제 불확실성’이 제거된 셈”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넘치는 시중 자금이 ‘서울 아파트’ 이상의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부 고위 당국자는 “시중에 도는 통화량(M2)이 26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이라며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놓아도 그 효과가 단기간에 그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단속 강화” 외치는 정부 속내는
양도세 강화 등 부동산 세제 개편도 지방 주택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우려가 있어 쉽게 꺼내기 어려운 카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지금으로선 정부가 집값 상승세를 확실하게 꺾을 대책을 내놓기 어려워 ‘경고 사인’만 보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