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어느 가족
심재명 영화사 명필름 대표
가르치는 건 범죄지만, 학대당하고 방치된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사랑한다. “누군가 버린 걸 주운 거”라며. 이 영화는 그의 ‘아무도 모른다’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또는 ‘세 번째 살인’의 이야기를 타고 넘어온 가족영화의 총합체다.
“제 영화는 전반적으로 상실을 그린다는 말을 듣지만, 저 자신은 ‘남겨진 사람들’을 그린다고 생각합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들도 버려지고 남겨진 사람들이며 이들이 어떻게 사회에서 결코 인정하지 않는 ‘가족’의 형태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생의 의지를 버리지 않느냐에 관한 이야기이다. 국수를 먹고, 고로케(크로켓)를 먹고, 오줌 싼 이불도 말리고, 바다를 보러 가고, 도쿄의 외지고 낡은 집에서나마 불꽃놀이를 구경하던 이들은 우연찮은 사고로 함께 살고자 했으나, 그만 흩어진다.
마르고 작은 유리의 얼굴에서 화면을 닫는 이 영화의 엔딩에서 나는 어떤 희망도 발견하지 못했다. 노부요의 가르침대로 ‘죄송하다’고 사과하지 않는 걸 배운 유리는 나중에 노부요 같은 어른이 될까? 그것은 희망일까? 냉정하고 뒤틀리고 비겁한 사회가 아이 앞에 펼쳐져 있을 뿐이다. 비범한 감독의 서늘한 전망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작이다.
참고로 일본에서 6월 8일 개봉한 뒤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던 ‘어느 가족’은 한 달이 지난 7월 8일에 280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같은 시기, 대한민국은 어떤 영화가 개봉 일주일 만에 같은 숫자를 기록했다. 한 달과 일주일…. 인구 1억3000만 명의 일본보다 한 해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더 많은 우리이긴 하지만 보름이 채 되지 않아 1000만 관객에 육박하는 영화가 탄생하는 무서운 속도전은 흥행될 만한 영화에 상영관을 몰아주는 ‘스크린 독점’의 증거다. 보름이 아니라 서너 달 만에 1000만 영화가 탄생하고 그사이에 다른 영화도 공생하는 시장을 꿈꾸는 것이 뭐 그리 잘못인가? ‘어느 가족’은 2800여 개 상영관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100개 스크린의 규모로 8월 10일 현재 누적 관객 11만 명을 넘어섰다.
심재명 영화사 명필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