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11일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에 앞서 서울에서 열린 ‘남북 노동자단체 연석회의’에서 “외세는 아직도 우리 조국의 통일을 방해하며 북에 대한 제재 소동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주영길 위원장이 “자기 집안 문제를 남의 집에 내맡기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며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자”고 한 데 화답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8일에는 328명의 진보좌파 진영 인사들과 함께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도 발표했다.
국내의 좌파 인사들이 북핵 개발 초기부터 수십 년간 북한의 주장을 옹호해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진보진영의 주축을 자임하는 민노총 지도부도 좌파 단체들의 공동성명 발표 등 주요 활동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노조 상급단체인 민노총이 외교안보 이슈에까지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본령을 벗어나는 행동이다. 특히 민노총 중앙통일선봉대가 11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북한 핵무기를 감시하겠다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목적이 사라진 만큼 이를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쯤 되면 민노총이라는 단체의 성격과 정체성이 의심받을 수준이다.
노조의 정치적 자유는 근본적으로 노동3권과 근로자 권익 옹호를 위한 것이다. 물론 인권, 소수자 보호, 평화, 통일 등의 진보적 어젠다에 대해 노조가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대북제재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그런 진보·보수 문제가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촛불청구서’를 들이밀 듯이 과도한 요구를 거듭해온 민노총이 아예 외교안보 훈수까지 두겠다는 건지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