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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윤승옥]먹방 규제만 할 것인가… ‘운동’은 빠진 비만 대책

입력 | 2018-08-13 03:00:00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국민은 ‘먹방(먹는 방송)과의 전쟁’으로 인식했다. 지난달 말 정부가 발표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에는 수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먹방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국가가 비만 억제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국민의 취향까지 통제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거셌다. 정작 중요한 비만은 뒤로 빠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뒤늦게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정부도 사전에 이런 논란을 예상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먹방 대책을 발표한 건, 정책 효과 면에서 꼭 필요한 조치라고 봤던 것 같다.

5월 유럽비만학술의회(ECO) 2018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는 먹방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먹방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에너지 섭취량이 30% 가까이 높았다. 반면에 성인들은 먹방 등 외부 영향보다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식습관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아동과 청소년 비만율은 26%로 OECD 평균(25.6%)보다 높아 문제가 크다. 성인보다는 아동 비만이 더 심각하고, 그 아동 비만이 먹방 등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 그걸 규제해야 비만 대책이 효과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만 보면 정부도 먹방 논란이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먹방 대책은 윤리적 논란과 별개로 반쪽짜리라는 생각이다. 비만 대책은 크게 보면 딱 두 가지다. 적게 먹고(식이 요법), 많이 움직이는(운동) 것이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미디어 영향을 많이 받아서 관련 대책이 불가피했다면, 먹는 방송 규제와 함께 운동하는 미디어 장려책 등도 마련했어야 온전한 논리가 성립한다. 그런데 한쪽이 빠졌다. 고민이 생각보다 깊지 않았던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에선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가 비만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레츠 무브(Let’s move) 운동을 벌였다. 이 캠페인 역시 종합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디어를 통한 운동 장려 아이디어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미셸 오바마가 스포츠 스타와 함께 운동을 하면서 화보도 찍고, 국민 앞에서 막춤을 추며 스스로 망가지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유명 가수 비욘세는 신나는 노래(‘Move your body’)와 흥겨운 춤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학생들 사이에 댄스 다이어트 열풍을 일으켰다.

한쪽만 바라본 먹방 규제가 그렇듯 이번 우리 정부 비만 대책의 인식은 전반적으로 불균형하다. 전체 내용 중에서도 운동 관련 부분은 내용이 빈약하다. 건강관리를 잘한 사람에게 체육시설 이용권을 준다는 인센티브제도, 등교·출근길 보행 장려책 등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소외계층 지원은 특이할 게 없다. 또 학교 스포츠클럽을 통한 운동은 강조하지만 그보다 더 기본적인 체육시간 확대나 정상화 내용은 없다. 여러 세부 대책이 언급되고 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포인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정부는 비만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액이 2015년 기준으로 9조 원 정도라고 밝혔다. 최근 10년간 2배나 늘었는데, 아동과 청소년 비만이 심각해 미래가 더 큰 문제다. 온전한 대책이 시급하다. 상대적으로 소홀한 운동 대책은 지금보다 더 혁신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자원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