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산아제한을 위해 실시한 한 자녀 정책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이해 부부 중 한 명이 독자(獨子)일 경우 부부가 자녀를 둘까지 낳을 수 있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듬해 중국 사회과학원이 나라가 출산율 함정에 빠지기 직전이라고 경고하자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조건 없는 두 자녀 정책에 들어갔다. 그때 중국 가정이 한 자녀만을 낳아 소황제(小皇帝)처럼 떠받들며 키우던 시절이 끝나간다는 얘기가 화제가 됐다.
▷중국 정부가 내년 9월부터는 두 자녀 정책마저 포기하고 세 자녀 출산을 허용하거나 아예 산아제한 정책 자체를 폐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개된 내년 돼지띠 해의 신년 우표에 암수 부모 돼지가 아기 돼지 3마리를 거느린 모습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전망대로라면 불과 3년도 안 돼 두 자녀 정책에서 세 자녀 정책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은 1979년 무렵 시작됐다. 1980년대생인 바링허우(八零後)와 1990년대생인 주링허우(九零後)는 오늘날 결혼적령기의 20, 30대로 성장했다. 2000년대생인 링링허우(零零後)는 채 성인이 되지 않았다. 2014년부터 한 자녀 정책이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소황제 시대는 사실상 링링허우를 끝으로 마감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소황제들에게 세 자녀 시대가 열린다.
▷소황제 시대는 비인륜적 낙태의 시대이기도 하다. 의도치 않게 두 번째 아이를 가지면 정부에 의해 강제 낙태를 당하는 슬픈 일도 적지 않았다. 부모들은 한 자녀밖에 낳을 수 없자 미리 태아 성별검사를 해서 딸로 밝혀지면 스스로 지웠다. 결과적으로 극심한 남초현상이 일어나 소황제는 결혼 자체가 쉽지 않다. 어렵게 결혼한 소황제는 세 자녀를 낳는 것이 허용돼도 키울 능력이 없다. 부모들이 소황제를 애지중지 키우면서 자녀 육아·교육비를 워낙 올려놓은 탓이다. 이 모든 것이 중국의 출산율 증대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30년 넘게 출산을 인위적으로 막아온 정책이 낳은 심대한 후유증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