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5주년
장재수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전무)이 최근 5년간 국내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을 찾아다니며 입버릇처럼 말한 당부다.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이 13일로 5주년을 맞았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이화여대 석좌교수)은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실패를 용인하는 사업”이라며 “연구 성공률이 20∼30%만 돼도 좋다는 게 시작할 때 정한 내부 목표치였고, 현재 그 정도 비율로 성공적인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2022년까지 10년간 총 1조5000억 원을 ‘쏜다’는 소식에 수많은 학자들이 문을 두드렸지만 문턱을 넘기가 만만치는 않았다. 삼성이 기존 국내 연구개발(R&D) 풍토와는 다른 ‘하이 리스크 하이 임팩트(High Risk, High Impact)’ 철칙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 R&D 과제 성공률은 평균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각에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만 선정되는 탓에 정작 창의적인 기술은 채택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삼성은 ‘연구자에게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무모해 보여도 창의적인 접근 방식으로 도전하는 ‘퍼스트 펭귄(머뭇거리는 다른 펭귄들에 앞서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도전자)’들을 찾아내는 데 주력했다.
과제를 선정할 때도 연구자 이름과 소속을 모두 가린 2장짜리 아이디어 위주의 연구 제안서로 1차 심사를 한다. 그만큼 참신하고 이전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연구를 존중하겠다는 취지다. 논문 게재 수나 연구 기록을 배제하고 평가하다 보니 자연스레 젊은 과학자들을 길러내는 효과도 생겼다. 현재까지 43세 이하 신진 연구자 비율이 65%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앞서 발표한 AI, 바이오, 5세대(5G), 전장 등 자체 4대 성장사업과 연계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기술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AI를 지정 테마 과제로 선정해 35개 연구를 지원해 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