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양서 남북정상회담
북한 찾은 관광객들 ‘판문점 투어’ 남북이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9월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회담이 열렸던 북측 통일각을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 北, 끝내 ‘회담 날짜’에 도장 안 찍어
13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로 나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회담 말미에 “북남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회담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남북 정상이 만나서 논의할 의제와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비슷했지만 회담 전 거쳐야 할 과정에 있어서 생각이 달랐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목표를 위한 선행 절차를 놓고 입장이 갈렸다는 이야기다. 리선권은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진척시키는 데 있어서 쌍방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북측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고심하고 있는 비핵화 관련 일정으로는 북-미, 북-중 간 대화가 꼽힌다. 회담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북-미 2차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일정 등이 조율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중재 역할을 자임한 우리 정부에는 남북경협 사업 속도를 저해하는 대북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양보를 설득하라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언급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측 나름대로 비핵화와 관련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우리는 북-미 간 진행되는 협상이 좀더 빨리 이뤄질 수 있게 해야 되고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와 함께 선순환 구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논의했다”고 말했다.
○ 굳이 추석 앞두고 회담하자는 북한
우리 측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외교 일정을 감안해 다음 달 14일 또는 17일을 회담 날짜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측은 유엔총회 참석 제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추석 직전인 21일경 개최하기를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외교 일정상 9월 중 회담이 가능한 마지막 날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선권은 이날 여러 차례 도발적인 발언들로 회담의 순조로운 성사 여부가 남측의 노력에 달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선권은 이날 회담 시작과 함께 “다 보는 데서 우리가 일문일답, 견해, 토론하면 기자들이 듣고서 잘못된 추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회담 전체를 언론에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북측의 입장이 잘못 전달됐다며 그 책임을 남측에 돌리면서 비공개가 관례인 외교 회담을 다 공개하자는 갑작스러운 제안을 꺼내놓은 것. 조 장관이 “제가 수줍음이 많아 기자들, 카메라 지켜보는 앞에서 말주변이 리 단장보다 못하다”고 완곡하게 거절하자 “시대, 또 민족을 선도하자면 당국자들 생각이 달라져야 된다”며 훈수를 두기도 했다. 리선권은 또 회담 후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하느라 날짜를 말 안 했다. 날짜 (협의가) 다 돼 있다”고 말했지만 조 장관은 “잠정적 날짜는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남북 고위급회담 소식을 전하며 “남북 정상이 (올해) 세 번째 만남을 갖게 됐다”면서도 “북한 선전매체들은 최근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둘로 나뉜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가 부드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만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 판문점=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