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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자녀 한 학교, 내신 불신시대 ‘뜨거운 감자’

입력 | 2018-08-14 03:00:00

강남 고교 사태로 찬반 논란 불붙어
“대입서 내신-학생부 비중 너무 커… 고교만이라도 분리해 비리 막아야”




“대입에서 학생부가 얼마나 중요해졌는데 교사 부모와 학생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나. 공정성을 위해 고교만이라도 분리해야 한다.”

“부모가 교사라고 자녀의 학교 선택권이 침해받아서야 되겠나.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

최근 강남의 한 고교에서 해당 학교 교무부장의 두 자녀가 각각 문·이과 1등을 한 것을 두고 교사인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같이 다니는 것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교사인 부모가 자녀의 평가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만큼 분리를 통해 의혹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런 주장은 교사 자녀에 대한 학교선택권 역차별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모 교사와 자녀의 같은 학교 배치 문제는 수년간 반복돼 온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다. 특히 학생부에 근거해 선발하는 대입 수시전형의 선발비율이 70%를 넘어서면서 대입과 직결되는 고교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3년에 걸쳐 아들의 학생부를 수정한 혐의로 A사립고 교사와 동료 교사가 지난해 입건됐다. 지난해 5월 경기 성남의 한 고교에서도 해당 학교 교무부장이었던 엄마가 자녀의 학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자녀의 대학입학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부모 교사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자녀가 속한 학년의 시험문항 출제 및 검토에서 부모 교사를 배제하고 △부모 교사는 자녀가 속한 학년의 담임이나 교과 담당을 맡지 말도록 한다. 그럼에도 매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다 보니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구심도 커졌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 씨는 “교사 개개인의 양심을 믿고 싶지만 자녀 문제에 흔들리는 교사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 씨는 “부모 교사와 자녀를 같은 학교에 두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제도적으로 분리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사 이모 씨는 “교사 자녀라고 해서 집에서 가깝고 좋은 학교를 놔두고 부모가 재직하지 않는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는 건 역차별”이라며 “학교선택권 보장 차원에서도 위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교 수가 많지 않은 읍면지역의 경우 부모와 다른 학교에 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교사 주모 씨는 “자녀와 같은 학교를 다니면 보는 눈이 많아 부모도 자녀도 무척 조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일부 교사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실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3818개 초중고교에서 1만1913명의 학생이 교사인 부모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자체 신고를 해야만 파악이 가능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후기 일반고 배정 시 부모와 다른 학교에 가길 원하는 교사 자녀들을 위해 별도 신청제도를 만들어 놨다. 하지만 지난해 신청 학생은 50여 명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교원과 학생 배치는 시도교육청이 전권을 가진 사안이라 가이드라인 제시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정성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