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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삶은 달걀이 된 북-미회담, 부화할 수 있을까

입력 | 2018-08-14 03:00:00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사적 회담 이후 후속 비핵화 협상은 답보 상태다. NBC방송 홈페이지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요즘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뉴욕타임스는 ‘impasse(교착 상태)’라고 했습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 중에선 “이번 협상이 파국을 향해 가고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옵니다.

△“Trump is in a long tradition of American presidents who have been taken to the clean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랑 중 하나는 자신이 북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겁니다. 그 덕분에 미국 국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다는 건데요. 석학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꿈 깨라’고 말합니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들의 길고 긴 전통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어떤 전통이냐 하면 협상 때마다 북한에 탈탈 털리는, 북한에 완패당하는 전통입니다. ‘Take to the cleaners’는 상대를 거덜 내는 것을 뜻합니다.

△“It is not unusual or surprising for talks to be stalled as parties jockey for position.”

‘Jockey for position’은 기수들이 서로 앞서 나가기 위해 경쟁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미국과 북한이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짜고 대외적으로 동맹군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협상은 늦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협상이 늦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니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워싱턴 소장의 설명입니다.

△“Expecting any result to negotiations in this context is indeed a foolish act that amounts to waiting to see a boiled egg hatch out.”


미국에 대한 독설로 가득한 최근 북한 외무성 성명 중 일부분입니다. 북한 성명을 보면 비유가 많이 등장하는데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서는 ‘삶은 달걀(a boiled egg)’이 등장합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란 삶은 달걀이 부화하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이다.’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웃기는 비유입니다. ‘삶은 달걀이 된 북-미 협상, 빨리 부화 가능한 달걀로 돌아오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