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규 고려대 명예교수
영웅은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거나 자신을 희생하고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들이다. 흔히 영웅이라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세종대왕, 이순신,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등이다. 그러나 영웅의 모습이나 기준이 외국처럼 잘 표현되어 있지 않다. 유감이다. 물론 세종대왕상이나 이순신 동상은 좋은 귀감이 되고 국가적 영웅으로 두루 존중받고 있으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어떤 인물은 당시대의 이념이나 통치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동상 건립이 거부되거나 기념사업회가 정치적 이유로 배척당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역사 허물기 작업을 그만두고 영웅 만들기 작업을 하면 어떨까. 우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수많은 외침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한민족 한 국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나 많은 소영웅들이 있었을까. 더 이상 현존하는 영웅들의 폐기 작업은 그만두고 새로운 영웅 발굴 작업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영웅이라고 해서 모든 점에서 완벽한 인간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에서 영웅적 역할을 했으면 그것으로 그 역할을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조금만 너그럽게 하면 우리도 많은 영웅을 선정해 마을마다 영웅을 모시고 동상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동시대인이나 후손들이 롤모델로 삼을 영웅을 더 많이 만나게 되고 역사교과서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이진규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