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 ‘쓰레기마을’ 가보니
골목-옥상 곳곳 쓰레기 더미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모카탐 지역은 ‘쓰레기 마을’로 불린다. 이곳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찾아낸 플라스틱이나 고철 등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8일 찾은 모카탐 마을엔 쓰레기가 담긴 자루들이 골목 곳곳에 쌓여 있었다(위 사진). 곧 쓰러질 것처럼 보이는 모카탐 지역 건물 옥상 곳곳에도 재활용업자들에게 넘길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아래 사진).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이집트 수도 카이로 시내의 모카탐 지역, 일명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카이로 전역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를 모은 뒤 분리 작업을 거쳐 재활용이 가능한 것만 되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분리수거가 돼 있지 않은 검은 봉지에 담긴 쓰레기들을 손으로 일일이 헤집어가며 비닐이나 플라스틱, 고철 등 돈이 되는 재활용 쓰레기를 가려낸다. 음식물 쓰레기는 양이나 염소 등 가축의 먹이로 쓴다.
기온이 섭씨 40도까지 오른 8일, 쓰레기 마을에서 만난 무함마드 씨(42)는 평소처럼 쓰레기를 분리하는 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모카탐에서 나고 자란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 하루 종일 일해 100이집트파운드(약 6000원) 정도를 번다. 두 달 전 쓰레기 절단기에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요즘은 12세 딸이 일을 돕고 있다.
무함마드 씨는 “사람들은 쓰레기를 더럽다고 하지만 우리에겐 밥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자원이다. 부끄럽지 않다”라며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해 주는 자발린 역시 카이로의 소중한 자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쓰레기 마을 주민 대부분은 손목이나 목덜미 부분에 작은 십자가 모양의 문신이 있다. 고대 기독교의 한 종파인 콥트 기독교인의 상징이다. 전체 인구의 약 90%가 이슬람교도인 이집트에서 콥트 기독교인들은 오랜 세월 차별과 박해를 받았고 더럽고 위험한 일도 대부분 이들이 도맡아 해오다 결국 자발린을 업으로 삼아 모여 살게 된 것이다. 이집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이로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전체 쓰레기의 약 80%가 5곳의 쓰레기 마을로 들어간다.
이집트 내에서 최빈민층에 속하는 이들이 쓰레기 마을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열악한 주거환경도 문제이지만 자발린의 2세들 대부분은 학교에 가지 않아 글을 읽고 쓸 줄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함께 쓰레기 더미 속에서 지내다가 가난을 물려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이집트에서는 경제가 침체되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자발린이 되기 위해 제 발로 쓰레기 마을로 찾아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