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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인턴, 업계 평판 좋은 곳으로 가야 실패 안 한다

입력 | 2018-08-14 03:00:00

스타트업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동아일보DB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커서 그런 걸까요?”

대학생 A 씨(21)는 가상현실(VR) 기술로 창업을 하는 것이 꿈이다. 일찍 실무를 경험해보고 싶어 휴학을 하고 올해 초 관련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직원 4명에 불과한 신생 기업으로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배움의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 사업기획 직군으로 들어왔지만 업무는 전혀 무관한 것뿐이었다. 의사소통 방식도 기대 밖이었다. 회사 제품은 시장 경쟁력이 떨어져 보였고, 임직원 대부분이 그렇게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나이가 제일 많은 임원은 다른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계획을 강행했다.

‘이런 식이면 일반 회사와 다를 게 뭐지?’ 회의감에 빠진 A 씨는 결국 한 달 만에 회사를 관뒀다. A 씨는 “스타트업 인턴을 하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모든 회사가 그런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 스타트업 인턴, 독이냐 약이냐


과거엔 ‘스펙’ 좋은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 인턴으로 입사하고, 그에 못 미치는 이들이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공식은 깨졌다. 스타트업을 세워 큰 매출을 올리고 외국 회사에 매각하는 신화를 쓴 젊은 기업가들이 나오면서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 인사팀에서도 영어나 학점 같은 단순 스펙보다는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스타트업 인턴 경력을 높이 사는 분위기다.

서울 명문대를 졸업한 김모 씨(25)는 ‘스타트업 인턴십’ 장점을 톡톡히 누린 케이스다. 김 씨는 2010년 직원 5명으로 시작해 연매출 1000억 원을 넘긴 스타트업에 지난해 입사했다. 직무는 ‘신규사업개발’이었다. 기존 서비스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연구하고, 이해 당사자와 기관들을 조사한 뒤 계획서를 쓰는 게 주 업무였다. 인턴이었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과정에 투입됐다.

스타트업 두 곳을 거친 뒤 김 씨는 올해 대기업의 채용전제형 인턴으로 입사했고, 좋은 평가를 받아 정직원이 됐다. 대기업은 처음이었지만 규모가 작은 곳에서 사업의 조사부터 보고서 작성 단계까지 모든 업무 스킬을 탄탄하게 훈련한 게 큰 도움이 됐다. 김 씨는 “스타트업 인턴십은 복리후생 측면에서 대기업보다 뒤처지지만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꼽았다.

큰 실망을 안고 퇴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했다는 B 씨(25)는 “업계 특성상 매출이나 규모 측면에서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뤄야 투자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야근을 하거나, 직무와 무관한 영업 전선에 내몰릴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없는 초기 단계의 회사일 경우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 어떤 스타트업을 골라야 할까


스타트업의 구인·구직 플랫폼인 ‘스타트업인턴즈’의 유서영 기획운영팀장은 “스타트업은 조직에서 필요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며 “다만 초기 스타트업 조직은 직무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여러 직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등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좋은 스타트업을 고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했다. 회사의 성장단계와 시장의 규모가 어떤지, 해당 기업은 시장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선점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또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사업의 목적과 방향성이 구직자의 가치관과 일치하는지도 중요하다.

스타트업 인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최근 취업한 황모 씨(26)는 이메일과 ‘링크트인’ ‘로켓펀치’ 같은 구직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구인광고를 보고서 해당 회사 관계자에게 입사 후 맡을 직무나 회사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묻는 이메일을 보내 답을 구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관리자급 인사들의 프로필을 모아 놓은 ‘로켓펀치’를 살펴보면 회사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황 씨는 “스타트업은 조직이 작은 만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스타일이 업무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준다”며 “너무 초창기 회사보다는 투자를 받을 만큼 업계에서 좋은 평판을 얻은 곳에서 인턴을 하는 게 실패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