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첫 강력조치… 내주부터 실제 적용
국토교통부가 긴급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리콜 대상 차량의 운행을 정지하겠다고 발표한 14일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인근 BMW 서비스센터에서 안전진단을 받으려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일부 차주는 “점검을 받고 싶어도 순번이 밀려 못 받고 있다”며 운행정지 명령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긴급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점검명령과 함께 운행정지명령을 발동하여 주실 것을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특정 차종의 운행을 일괄 정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장관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운행정지명령을 요청한 건 현행법상 차량 운행정지 권한이 지자체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4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각 지자체 교통국장들과 회의를 열고 협조를 요청했다.
○ 15일부터 운행정지명령서 발송
이번 조치로 운행이 정지되는 차량은 약 2만 대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체 리콜 대상 10만6317대 중 13일까지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은 2만7246대다. 국토부는 안전진단 기간 마지막 날인 14일 하루 동안 7000여 대가 추가로 안전진단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운행정지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국토부는 BMW 차주들을 바로 처벌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차주들이 이번 화재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보고 단속 시 처벌 대신 안전진단을 당부하기로 했다. 다만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에 화재가 발생하면 해당 차주는 고발 대상이다. 국토부는 안전진단 미실시 차량이 5000대 이내로 줄어들 경우 BMW 직원 및 지자체 공무원들이 차주의 집을 직접 방문해 안전점검을 독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운행정지명령은 안전진단을 받도록 압박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 “너무 붐벼서 안전진단을 못 받은 것도 죄?”
국토부의 유례없는 조치에 BMW 리콜 대상 차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한 리콜 대상 차주는 “안전진단을 받으려 해도 스케줄이 밀려 받지 못한 사람은 무슨 죄가 있느냐”며 “운행정지는 결국 모든 책임을 차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BMW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9일 ‘BMW 피해자 모임’ 소속 21명이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 등 6명을 경찰에 고소한 데 이어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날 독일 본사 최고경영자(CEO)인 하랄트 크뤼거 BMW그룹 회장과 김 회장 등 7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BMW코리아는 16일까지 안전진단을 이어가는 한편 렌터카가 필요한 고객에게는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정부 방침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렌터카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와 BMW에 따르면 리콜 대상 차량 중 실제 화재 위험을 안고 있는 차량은 8∼9%가량인 약 1만 대다. 여기에 운행정지 차량까지 포함하면 렌터카가 2만 대가량 필요하지만 휴가철이라 공급이 부족한 데다 일부 고객이 국산차를 렌트해주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렌터카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강성휘 yolo@donga.com·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