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인터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1년을 맞은 1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노동정책의 방향을 밝히고 있다. 김 장관은 청년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대표적 규제로 일부 대기업의 ‘고용 세습’을 꼽았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경영계는 김 장관이 1년간 지나치게 노동계에 치우쳤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용과 노동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둘은 밀접히 연관돼 있다”며 “여전히 노사관계에서 노동자들이 열세다. 이를 보완하는 정책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친(親)노동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다만 김 장관은 노동계에서 사라져야 할 적폐로 꼽히는 ‘고용 세습’(단체협약으로 정년퇴직자나 산재근로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것)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밝히는 등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새로운 걸 내놓기보다 기존 정책을 다듬고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이전 정부가 만든 청년내일채움공제(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목돈 마련 지원)가 대표적이다. 제도를 유지하면서 보완한 결과 신청자가 급증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행정은 이어져야 한다.”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완화해야 청년일자리가 생기지 않나.
“정규직의 기득권은 장시간 노동의 결과다. 사용자는 고용을 추가로 안 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고, 노동자들은 임금을 더 많이 받으려고 이를 수용해왔다. 주 52시간제가 정착되고 일자리를 나누면 (기득권은)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광주형 일자리’(광주시와 현대·기아자동차가 함께 투자해 직원 평균연봉 4000만 원 수준의 자동차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도 반대한다.
―경영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작업량이 증가할 때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대신 나중에 다시 줄여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법에 맞추는 제도)를 확대해 달라고 요구한다.
“300인 이상 기업 3627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59%는 주 52시간을 이미 지키고 있다. 모든 사업장에 탄력근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장도 3% 수준이다. 특히 산업, 업종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실태조사가 먼저다.”
김 장관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일부 업종에 한해서만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8350원) 인상을 두고 소상공인들의 불복종운동이 거세다. 업종별 차등화는 불가능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직접 업종별 차등화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가 법을 개정하면 존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고용노동부 장관은 어려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반대 의견을 적극 개진하겠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공익위원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됐다. 국회에도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혜를 모아 보겠다. 자문위원들에게 좋은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 놓았다. 다만 국회가 공익위원을 추천하면 최임위가 또 다른 정쟁의 장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일 규제 혁파를 강조하고 있다. 고용부가 혁파할 규제는 없나.
“고용을 대물림하는 것(고용 세습)은 절대로 없어져야 한다. 이런 게 (노조의) 기득권이다. 지금은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해당 조항은 없어져야 한다. 위험한 업무를 하청 주고 미숙련 노동자에게만 맡기는, 즉 ‘위험의 외주화’도 정규직의 기득권이자 일종의 규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방안이 잘 논의되리라 기대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지도부가 법외노조 통보 취소를 요구하며 단식 중이다.
“취임 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일단 해직자들을 노조에서 탈퇴시켜 합법노조를 만든 뒤 해직자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전공노가 이를 수용하면서 합법화됐다. 전교조에도 같은 제안을 했는데, 전교조가 거부해 무산됐다. 현행 교원노조법은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어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 취소하면 법을 어기게 된다.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라 전교조 바람대로 직권 취소는 바람직하지 않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