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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석탄 반입 제재여부 ‘주의의무 위반’ 쟁점될듯

입력 | 2018-08-15 03:00:00

북한산 몰랐어도 제재대상 가능성… 정부는 “수입-사용기업 해당 안돼”
관세청장 “의심선박 입항 靑보고”




정부가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반입한 수입 업체와 석탄 사용처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독자 제재가 규정하고 있는 ‘주의 의무(Due diligence)’엔 북한산인지 ‘모르고’ 구입했어도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 의무’ 조항은 어떤 기업의 경제 활동이 북한과 연루돼 의도치 않은 부적절한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해당 기업이 사전에 철저히 따져 보도록 한 조항이다. 예를 들어 미국 금융기관이 북한 금융기관에 외환 결제 혹은 은행 간 업무를 제공했거나 이를 막기 위한 의무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범칙금을 물게 해 제재를 가하는 식이다. 지난달 23일 미 재무부에서 발표한 대북제재 및 집행 조치 주의보를 비롯해 상당수 대북제재가 이 조항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조항은 북한산 석탄 수입 업체뿐 아니라 석탄을 구입한 한국남동발전도 준수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남동발전이 러시아산 석탄으로 믿고 북한산을 사들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현 외교부 2차관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일부 기업이나 심지어 은행이 세컨더리보이콧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는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일부 이 석탄을 구입한 기업도 전혀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정부가 미국 측으로부터 북한산 의심 정보를 인지한 시점 이후에는 그 석탄을 사용할 수 있는 기업들에 최소한 ‘북한산일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권고 정도는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영문 관세청장도 14일 보도된 VOA와의 인터뷰에서 “의심 선박 입항 때 업무 공조를 위해 청와대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있었으며 정보 공유 차원의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수사 인력을 더 투입하고 유능한 수사팀을 배정했다면 (북한산 석탄 반입 수사) 시간이 단축됐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물론이고 청와대도 북한산 석탄 의심 선박의 입항 사실을 알고도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