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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행법 처벌 어렵다” 안희정 1심 무죄

입력 | 2018-08-15 03:00:00

재판부 “위력 의한 간음 근거부족”
수행 여비서 성폭행 혐의 등 10건 모두 무죄 판단… 檢 “항소할 것”




고개 숙였지만… 법원 앞 항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고개를 숙인 채 법정 밖으로 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판결 뒤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무죄 선고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수행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이 업무상 상하관계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강압적인 성관계였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4일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데 이를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 (성관계가) 피해자의 진정한 내심에는 반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범죄의 처벌 체계하에서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4월 안 전 지사를 피감독자 간음·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안 전 지사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김 씨를 상대로 네 차례에 걸쳐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등 10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안 전 지사가 김 씨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업무상 위력을 동원했는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기 유력 대권주자이자 도지사로서 피해자를 임명 또는 면직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며 두 사람이 업무상 위력관계에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이 행사돼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고 피해자가 제압당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가 집무실 등에서 김 씨의 몸을 만지거나 입을 맞추는 등 강제추행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안 전 지사는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 씨는 선고 직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굳건히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여러 증거에 의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김은지 eunji@donga.com·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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