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 벌교에서 최첨단 유리온실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청년창업농장 화니팜.유리온실에서는 병해충 및 농약을 최소화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제습기를 통한 직접 제습, 보광,탄산 공급 등의 첨단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보성=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이곳은 청년창업농 김선환 씨(39)의 하니팜 유리온실이다. 김 씨는 하니팜 유리온실 시스템을 개발한 학구파 농부다. 독자 기술로 일반 대형온실보다 난방비가 60%가량 적게 들고 고품질의 토마토를 생산한다. 그가 농민 강의를 나가면 유리온실 만능박사라는 말을 듣는다. 이정현 전남대 식물생물공학부 교수(49)는 “한국 온실면적은 세계에서 2, 3위를 차지하고 있고 원예기술도 발전했다”며 “김 씨는 산업화된 다양한 원예기술을 현장에 접목시켜 활용하는 데 독보적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 해커를 꿈꿨던 농부
그가 컴퓨터 영농을 처음 경험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아버지 김인태 씨(66)가 1995년 지인들과 벌교읍에 2만2000㎡ 규모의 유리온실을 지어 토마토를 키웠다. 당시 농촌에서는 유리온실이 인기였다. 제작비가 비닐하우스로 불리는 플라스틱 온실보다 1.5~6배 정도 비쌌지만 사용 기간은 2~4배 길고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국내 유리온실 농가는 컴퓨터 제어시스템이 고장 나면 망하기 일쑤였다. 3, 4일만 유리온실 시스템이 작동 안 돼 온도, 습도를 맞추지 못하면 농작물이 고사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국내 기술자가 없어 네덜란드 등 외국 기술자를 불러 수리해야 했다. 김 씨는 1996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유리온실이 고장 났을 때 외국 기술자가 수리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봤다.
컴퓨터를 좋아해 독학하며 해커를 꿈꿨던 그에게도 유리온실 수리작업은 힘들었다. 그는 유리온실 수리 연습을 하다 개인용 컴퓨터 10여 대를 망가뜨렸다. 시설원예 자동화에 관심이 많던 그는 1999년 순천대 정보통신학과에 입학해 컴퓨터와 전기전자를 공부했다. 틈틈이 유리온실이 고장 나 곤란한 처지에 놓인 다른 농민도 도왔다. 또 유리온실에 관한 실력을 키우기 위해 경상대 원예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김 씨는 “1990년대 유리온실 시스템과 현재 스마트팜 원리는 같고 전화기가 스마트폰으로 바뀐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전남 보성 벌교에서 최첨단 유리온실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청년창업농장 화니팜.유리온실에서는 병해충 및 농약을 최소화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제습기를 통한 직접 제습, 보광,탄산 공급 등의 첨단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보성=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 고효율 농사 비법은 기술개발
김 씨는 2015년 하니팜 유리온실을 직접 지었다. 홍수, 태풍 등 기후 변화에 대비해 유리온실을 평균보다 1.5m 높게 짓는 등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의 창의적인 기술은 토마토 줄기가 싹트는 단계부터 발휘된다. 그는 토마토 줄기가 싹트는 데 발광다이오드(LED)를 비춘다. LED 육모기는 토마토 싹을 2주일이면 키워 자연발화보다 일주일을 단축시킨다.
김 씨는 토마토가 자라는 토양 역할을 하는 독창적인 배지를 만들고 있다. 현재 유리온실 재배농가들은 코코넛 껍질이 들어간 배지를 1년 정도 사용하고 버린다. 폭 20㎝, 길이 1m의 배지는 개당 가격이 1000원 정도다. 김 씨의 유리온실에서 연간 배지 교체비용은 1000만 원이다. 그는 철 틀에 물과 양액만으로 토마토를 키우는 기술을 2년째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토마토 생산단가를 낮추고 생산량은 10% 정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의 온실 5만6000㏊ 가운데 유리온실은 0.5%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온실은 시간이 가면 변색돼 햇빛 투과율이 떨어지고 먼지가 묻어 생산성이 낮아진다. 하지만 유리온실은 20, 30년 쓸 수 있다. 유인호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사(49)는 “농부들이 여러 장점 때문에 유리온실을 짓고 싶어 하지만 초기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 한다”라고 했다.
김 씨는 일반 담보대출 20억 원을 받아 유리온실을 지었다. 정부 대출이 아니라 일반대출을 받으면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유리온실을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는 인건비, 생산비, 대출상환금를 제외하고 연간 1억 원 이상을 번다. 이 중 수익금 30%를 기술개발에 재투자한다. 아버지의 30년 유리온실 재배 노하우도 기술개발에 큰 자산이 되고 있다.
김 씨는 제습기로 습도를 낮춰 병해충을 줄이고 난방효율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김 씨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온실기술을 세계에 수출하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보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