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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현 “이병헌 선배와 대결신…미친놈처럼 덤볐죠”

입력 | 2018-08-16 06:57:00

이정현은 tvN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1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 초대돼 독립유공자 가족들과 함께 애국가를 불렀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미스터 션샤인’ 악질일본군 기억하시죠? 접니다, 유도선수 출신 배우 이정현

갑자기 알아봐주시니 좋으면서 떨려
부모님 ‘잘했다’ 칭찬…가장 기쁘죠
이젠 내 편 찾기 ‘연애’ 하고 싶어요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국적을 의심하게 할 만큼 실감나는 일본군을 연기했다. 앞서 영화 ‘7년의 밤’ ‘대장 김창수’ ‘군함도’ ‘박열’ 등에서 스쳐 지나갔지만 일부 관객들 시야에 들어왔다.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외모의 소유자. 그만큼 짧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대중의 뇌리에 박힌 연기자 이정현(28)이다.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그의 연기인생이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이정현은 ‘미스터 션샤인’에서 일본군 츠다를 맡아 단번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일본인으로 착각할 만큼 자연스러운 일본어는 물론 표정과 행동 등 모든 것들이 전형적인 ‘악질 일본군’을 연상시켜 그의 정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컸다.

“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좋으면서 무섭다. 지금의 관심이 언젠가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을 테고, 분명 내려놓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어느 순간 일이 끊길 수 있지만, 가능하면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 욕심인 걸 알지만 말이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의 이정현. 사진제공|tvN ‘미스터 션샤인’


이정현은 극중 이병헌과 대립하는 장면에서 특히 화제를 모았다. 역할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자신이 명작으로 꼽는 영화 ‘달콤한 인생’의 주인공이자 할리우드 스타로 거듭난 이병헌과 상대한다는 중압갑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저 “미친놈처럼 하자”라는 생각뿐이었다는 그는 “제 캐릭터가 약했다면 이병헌 선배 앞에 서는 것부터 자신감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현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관심을 받아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가족에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부모에게 걸려온 전화는 그를 울컥하게 했다.

이정현은 “데뷔하고 부모님과 안부전화 외에는 자주 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군인 생활을 오래 하셔서 무뚝뚝하신데 이런 분이 주변 반응을 전하려고 전화하셨더라. 어머니는 ‘잘했어’라고 얘기해주셨다. 부모님에게 처음으로 인정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정현은 애초 ‘유도소년’이었다. 고향인 전북 김제에서 중2때부터 유도를 배웠다. 고교시절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려 했지만 아버지 설득에 마음을 다잡고 2009년 용인대 유도학과에 진학했다.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은 없었지만 유도를 하는 순간은 즐거웠다. 유도는 인생의 버팀목이었다. 대학시절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 1년도 값진 시간이었다.

“2013년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면서 막연하게 연기가 떠올랐다. 당시만 해도 ‘난 배우야, 배우가 되고 말겠어!’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하!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조금씩 욕심이 나고, 연기하면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마사회와 헬스장에서 아르바이트해 생활이 어렵지 않았다. 2014년부터는 연기가 제 안에서 가장 컸다.”

그는 “외모 때문에 일본인이나 과격한 성격의 인물을 주로 맡고 있지만, 제가 지금 연기할 수 있는 건 이미지 덕이다. 더 많은 인지도가 쌓이기 전까지 스스로 넓혀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에서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고 했다.

연기자 이정현.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는 코믹 콘셉트의 광고 여러 편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한 배달 앱 광고에서 ‘우주배달부’로 출연했다. 영화 ‘군함도’를 시작하면서 밀었던 머리는 ‘박열’과 ‘대장 김창수’, ‘미스터 션샤인’으로 이어지면서 2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정현은 요즘 들어 ‘대장 김창수’에 함께 출연한 윤영호가 그립다고 했다.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친구였는데,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빈자리가 새삼 크게 느껴진다는 그는 그 자리를 여자친구가 채워주길 기대했다.

“혼자 지내는 것에 적응하고 있어 위험하다. 이렇게 살다가는 결혼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하!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아 연애하고 싶다.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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