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1> 영동시장 ‘간식여왕’ 송혜령 대표
송혜령 간식여왕 대표는 간식의 맛뿐 아니라 포장과 로고에도 꼼꼼하게 신경을 쓴다고 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최근 상표등록도 마쳤다는 그는 “간식여왕을 웰빙 간식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가게들로 빼곡한 골목길을 한참 들어가다 보니 ‘영동시장’ 간판이 걸린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안 매장들은 한복과 여성 의류, 여름바지 등으로 화려했다. 1919년 시장 등록을 해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지만 실제로 만들어진 것은 조선 정조 때. 200년이 넘는 역사가 깃든 곳, 바로 경기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영동시장이다. 시장에서 한복맵시선발대회가 열릴 정도로 한복으로 유명한 이곳은 최근 ‘28청춘 청년몰’을 앞세워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만 19∼39세 청년들이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낸 매장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그간 시장에 없던 음식점들이 들어선 데다 메뉴도 트렌디해 젊은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동력이 됐다.
청년몰에 매장을 낸 지 1년을 맞는 송혜령 ‘간식여왕’ 대표(37)와 10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고객들의 방문은 이어졌다. “레드오션의 블루오션이에요.” 송 대표는 자신의 사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간식여왕’의 콘텐츠는 이름 그대로 간식이다. 마트며 편의점 매대에 가득 놓인 간식에 도전한다는 게 무모해 보였지만 송 대표는 자신만만했다. 그의 승부수는 ‘웰빙’이었다. “고구마칩의 경우 시중 제품은 90% 이상 설탕을 입힙니다. 저는 설탕을 전혀 입히지 않은 제품을 판매해요. 호박, 연근, 마늘, 버섯 등을 말린 야채칩은 건강을 생각한 재료로 구성했고요.”
송 대표는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 회사를 떠난 지금도 복직해달라는 청을 받을 만큼 일 잘하는 직원이었지만, 자기 사업에 대한 욕심에 과감히 창업전선에 나섰다. 입사 초기 사내발표회에서 “비첸향이라는 홍콩 육포를 수입하고 싶다”는 사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식요리사인 아버지, 한식요리사인 어머니에게서 맛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물려받았고 간식을 무척 좋아한 게 영향을 미쳤다. 홍콩을 여행할 때 비첸향 맛을 보고 ‘이거다’ 했던 그는 2년 뒤 백화점에 비첸향 매장이 들어선 것을 보고 자신이 꼽았던 아이템이 적중했음을 확인하며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다.
직장에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진로를 두고 고민이 들 즈음 송 씨는 사표를 던졌고 창업을 준비했다. 간식 중에서도 그가 특히 좋아한 어물이 대상 아이템이었다. 전국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찾았고, 제조공장들을 방문해 사업에 대한 이해를 구하면서 신뢰를 쌓아갔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간식박람회에 참가해 고객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온라인홍보마케팅 분야를 오랫동안 맡았는데 ‘간식여왕’도 그때의 업무를 기반으로 해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파워블로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온라인 입소문도 많이 나 일반 고객들이 인터넷에 올린 후기도 적잖다. 특히 인기가 높은 간식은 자색고구마칩과 구운꽃게칩. 최근 월 매출은 1500만∼2000만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새 단골고객이 방문했다가 구매를 못했다는 것을 알고는, 퇴근한 뒤 고객의 집을 찾아가 상품을 전할 만큼 오프라인 관리에도 공을 들인다.
송 대표는 앞으로 “간식여왕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매장에서 현재 판매하는 간식류뿐 아니라 직접 간단한 간식을 조리해 내면서 고객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다. “맛있는 곳을 다니면서 맛있는 것을 찾고 소개하는 게 기쁨”이라는 송 대표는 “그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수원=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