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DB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요즘에도 자주 싸워?”
“어제 저녁에도 싸우고, 오늘 아침에도 싸웠어… 결혼 반대 협회 같은 건 없나?”
“없으면, 우리가 만들까? 세계결혼반대협회!”
“무슨 협회요?”
“세계결혼반대협회. 내가 부회장이고 이 친구가 회장이야!”
유부남, 유부녀들이 있는 자리에서 ‘세계결혼반대협회’ 얘기를 꺼내면 항상 반응이 좋았다. 그 무렵 늦은 장가를 가는 친구가 있었고 우리는 축하 화환으로 장난을 치고 싶어서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세계결혼반대협회 회원 일동’이라는 문구를 써서 예식장 입구에 세워놨는데, 그 문구가 재밌었는지 이를 사진 찍는 하객이 많았다.
그렇게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가려고 주차장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예식장 관계자가 조용히 오더니 말을 건넸다.
“멘트는 뭐라고 적어 드릴까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세계결혼반대협회 회원 일동’이라고 적어 주세요.”
꽃가게 여사장님은 분홍색 리본에 궁서체로 글씨를 인쇄해서 행복나무에 걸어주시면서 말했다.
“여기 회비가 얼마나 되나요?”
“그럼 저도 가입해야겠네요. 아휴 이 인간, 아까부터 전화도 안 받고 또 어디 가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건지.”
“힘내세요, 회원님!”
한동안 어딜 가나 ‘세계결혼반대협회’ 얘기를 하고 다녔더니 요즘은 여기저기서 가입하겠다고 난리다. 회원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결혼생활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데, 회원이 안 늘어나도 좋으니까 다들 결혼생활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유명무실한 ‘세계결혼반대협회’를 진짜 만들어볼까?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