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 독자제재 12일만에 추가
주한미군사령관 전방 시찰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왼쪽)이 15일 경기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을 방문해 새로운 안전장치들을 점검한 뒤 장병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한미군은 “도비탄(어떤 물체에 맞고 튕긴 탄환) 방지를 위해 둔턱을 설치했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곳의 표적지를 폐쇄하거나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제공
미국 재무부는 15일(현지 시간) ‘해운업과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의 다른 조력자들을 겨냥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위반한 중국 러시아 해운 관련 기업 3곳과 개인 1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 기업과 개인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중국의 ‘다롄 선문스타 국제물류무역’과 이 기업의 싱가포르 자회사인 ‘신에스엠에스’, 러시아 소재 ‘프로피넷’ 및 이 회사 사장 바실리 콜차노프가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 중 다롄무역과 신에스엠에스는 선적 문서를 위조해 북한에 술 담배 등을 수출하는 데 협력한 혐의가 적용됐다. 신에스엠에스는 화물을 중국 다롄을 경유해 남포로 보내 해상 규제를 피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도 제공했다는 게 재무부의 설명이다. 항만 서비스 회사인 프로피넷은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항구에서 6차례 이상 제재 대상인 례성강1호를 포함한 북한 선적에 하역과 연료 충전, 출발 일정 결정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 콜차노프 사장은 석유 관련 대북제재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북한 선적에 대한 연료 충전 서비스를 계속했으며, 러시아에 있는 북측 대리인들과도 교류하며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3일 러시아은행과 중국 북한 법인 등을 제재한 지 12일 만에 새로운 독자 제재를 발표해 북한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앞서 3일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은행 1곳과 중국과 북한의 법인 등 북한 연관 ‘유령회사’ 2곳, 북한인 1명에 대한 독자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대북 제재의 고삐를 죄는 것은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해 북한을 상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할 때까지 북한으로 불법적 운송을 하는 기업과 선박을 계속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풀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조치이지만 비핵화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우리 정부를 의식한 조치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관여(engagement)하기 위해 앞서 나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 자체에만 초점을 두면서 다른 방식으로 북한에 접근하고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외교적으로 풀 수 있다는 기대가 회의적으로 바뀐 현 시점에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이 쉽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미가 싱가포르 공동선언 중 어떤 게 선행돼야 하는지 논쟁하다 보면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면 미국은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북한의 진정성도 시험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