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상피제 내년 3월 시행
교육당국이 앞으로 교사인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같이 다니지 못하게 하는 일명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한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고교에서 현직 교무부장의 쌍둥이 자매가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며 벌어진 논란을 의식해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17일 교육부는 “고등학교 교원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인사규정을 고쳐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산어촌 등 학교가 많지 않아 교사 부모와 학생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는 경우엔 교사를 평가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2360개 고교 중 560곳(23.7%)에서 교사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해당 교사 수는 1005명, 그 자녀는 1050명이다. 현재 경기 세종 울산 대구에서는 교사 배정 시 자녀가 있는 학교에 두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있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13개 시도교육청에는 이런 인사규정이 없다.
다만 교육청이 인사에 관여할 수 없는 사립학교의 경우엔 같은 법인 내 타 학교로 교사를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만약 법인 내 학교가 하나뿐이라면 공립학교와의 인사교류를 통해 3년간 교사를 파견시킬 예정이다.
이런 교육부의 방침에 교사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수도권의 고교 교사 A 씨는 “한 학교에 교사와 자녀가 함께 있으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샀는데, 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원도 내 고교 교사 B 씨는 “한 학교에 교사와 자녀가 같이 있는 것이 잠재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불신을 바탕으로 급하게 나온 정책 같다”고 비판했다.
상피제는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일정 범위 내의 친족은 같은 관서에서 근무할 수 없게 한 고려-조선시대의 제도에서 나온 용어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